제2차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한 8일 공청회에서는 개방형 임용제도 등 공무원 채용방식과 공무원의 부패방지시스템 등에 대한 토론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패널들은 개방형 임용제도도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공직사회의 안정성을 해치는데 대한 우려를 표명, 적정한 대비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다음은 이날 공청회 토론자들의 주요 토론내용이다.◇박내회 서강대 교수= 2차 정부조직개편이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이뤄지고, 고객중심 원칙을 내세운 것에는 찬성한다. 그동안 정부 운영에는 관료주의 병폐가 많았다. 관료주의는 안정성이 높지만 변화에 대한 적응능력과 업무효율성은 낮아, 관료성이 강화되면 공무원의 무사안일주의와 책임회피가 만연하게 된다. 공무원 개방형 임용제도는 공무원 사회에 신선함을 준다. 이 제도는 공무원이 자기개발과 능력, 행정서비스가 낮아지면 퇴출된다는 의식을 불어넣는다. 그러나 이 제도가 정착되려면 기반이 마련돼야 하며, 공무원 조직 혼란으로 업무가 마비되는 등 후유증에 대한 대책도 중요하다.
◇이형모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 시민들은 정부와 공무원 개혁을 촉구하고 있지만, 해방 이후 가장 안정된 생활을 해 온 공무원은 이번 조직개편의 대의명분에 공감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성과관리제와 복식부기가 성공하기 위해선 경영분석과 진단에 관한 자료 확보가 중요하다. 행정자치부가 시범적으로 4개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복식부기를 실시하고 있지만, 싸구려 물건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된다. 단순한 대차대조표 작성이 아니라 현금흐름표와 원가분석표도 함께 작성돼야 한다. 또 행정이 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이어야 한다. 시민과 소비자를 행정의 협조대상으로 인식하고, 소비자정책분야를 투자대상으로 인식해야 한다. 소비자를 조직화해서 정부 업무 일부를 담당토록 해야 할 것이다.
◇이영란 숙명여대 교수= 개방형 임용제도는 만시지탄의 감(感)이 있지만 환영한다. 다만, 기존인력과의 마찰과 불만을 야기해 공무원의 사기를 떨어뜨려 비능률을 초래할 우려도 있다. 조직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선 전문직 대상인원과 기준 등을 확정·공개할 필요가 있다. 부패방지와 관련, 무엇보다 의식개혁이 필수적이다. 또 공무원 퇴직후 유관업종 취업을 제한하는 것은 법적으로 직업선택을 제한할 수 있어 위헌의 소지가 있다. 당초 취지와 달리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대비책이 필요하다.
경제정책 조정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선 경제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실질적인 권한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경제부총리제 도입도 고려해볼만하다. 또 각종 위원회가 옥상옥이 되거나 정부가 행정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이용되면 곤란하다. 위원회와 행정부서간의 관계 정비가 시급하다.
◇하태권 서울산업대 교수= 두가지 부문이 우려된다. 우선 인사운용체계에 있어, 국장급 이상 30%를 민간으로 바꾸는 것은 조직 근간을 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공직사회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선 적어도 3~5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또 당장이라도 전담기구를 마련해 순차적으로 해야 한다. 공무원의 사기진작 차원에서 공무원에게 전문성 확보를 위한 교육기회를 주는 등 공정한 경쟁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 점진적으로 추진된다면 과장급까지가 아니라 5급, 6급까지 개방 임용제를 확대해도 무방하다고 본다.
외무, 행정고시 통합은 반대한다. 교육훈련 또는 인사교류 방안을 활용하는게 전문성 살리는데 바람직할 것이다. 기존 공무원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현재 1년 남짓한 근속기간을 최저 3년정도로 늘릴 필요가 있다. 또 업무처리 절차의 민주성,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선 행정절차법의 보완이 필요하다.
◇지만원 시스템발전연구소장= 이번 방안은 우선 발상전환이 보이지 않고, 개념과 조직화에 있어서의 관리 노하우가 보이지 않아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다. 정부조직은 분석능력을 중시하는 정책부서와 인프라 조직으로 구분돼야 한다. 또 정책부서의 핵심은 분석능력이다. 여기서 정책부서는 대통령과 장관들이 이끄는 조직이며, 인프라 조직은 예산, 사업관리, 회계, 감사, 안전시스템 등 5개로 나뉜 조직이 돼야 한다.
성과관리제 도입에 있어, 성과를 계량화하는데는 위험이 따른다. 특히 인센티브를 돈으로 주는 것은 오히려 공무원의 부패를 조장할 가능성이 크다. 부패 방지를 위해선 내부통제 시스템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 공직사회에 경쟁개념을 도입하려면 수요자 중심의 안이 나와야 하는데 현재 방안은 공급자 위주로 돼 있는 것같다.
특히 개방형 임용제도는 엽관제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 집권세력이 자기사람심기로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선 우선 직무분석제를 도입, 이에 입각한 투명한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 또 민간전문가가 조직을 제대로 총괄, 실효를 거두기 위해선 민간 실국장에게 인사권을 포함한 실질적인 권한을 줘야 할 것이다. 부패방지를 위해선 공무원의 재산 공개가 가장 중요하다. 고급공무원에 제한된 재산공개를 전 공무원에게 의무화해야 한다. 공무원이 재산을 자진신고하면 이를 무작위 추출해 조사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국민권리구제절차 담당직원도 공무원으로 해선 안된다. 개방임용제에 일차적으로 도입해 민간인으로 인력을 구성해야 실효를 거둘 것으로 본다.
◇이용환 전경련 상무이사= 개방형 임용제도 도입에 앞서 직업공무원제도의 개념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개혁은 단기간에 끝나야 부작용이 적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민간전문가 충원시기는 1안이 적절하다고 보지만, 충원에 앞서 제도가 완비돼야 하기 때문에 올해 안에 시행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고시제도와 관련, 전문화가 시대적 흐름인 점을 감안하면 외무·행정고시 통합보다는 부처·분야별 공개채용을 활성화하는 것이 전문화 기회를 높일 것으로 본다. 부패방지제도는 제대로된 규제개혁이 전제되면 자연히 갖춰질 것이다. 특히 감사제도가 부패방지에 오히려 제어작용을 할 가능성이 있다. 감사때문에 좋은 아이디어가 오히려 제약되지 않도록, 처벌보다는 잘한 사람에 대한 포상을 강조해야 한다. 【온종훈·신경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