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변의 절충이 끝난 시점에서 승부의 변수는 사라졌다. 반면 12집의 차이가 눈에 보인다. 이 정도면 프로의 바둑에서는 상당히 큰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일본의 프로들은 대개 던지는 시점을 놓치지 않는다. 오타케 같은 기사는 1집반의 패배가 확실해 보이면 주저없이 돌을 던진다. "하네도 매너가 분명한 사람인데 던지지 않고 있는 것은 단체전이어서 망설이는 것이지요."(서능욱) 일본팀은 아직 승점을 하나도 기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에서 치러지는 바둑은 6판. 만약 강동윤이 연승 행진을 계속한다면 부산 대국에서 일본 기사는 출전이 마감된다. 3개월 후에 상하이에서 속개되는 대국은 문자 그대로 한중전이 될 것이다. 검토실의 화제는 다시 일본 기사들의 부진에 모아졌다. 프로기사의 길이 고통의 길이라는 데서 점차 발전하여 일본인들이 바둑을 예도라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는 데까지 얘기가 나왔다. "아예 중국이나 한국처럼 바둑을 스포츠라고 분류하는 것이 발전에는 효과적일 거야."(서능욱) "국가적인 지원을 받게 된다는 측면에서는 확실히 그렇지요. 하지만 일본 프로기사의 가치관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겁니다. 아무리 빨라도 20년은 지나야 스포츠 얘기가 나오겠지요."(윤현석) "스포츠라는 인식이 생기면 제한시간부터 변화가 생길 거야. 이틀걸이 바둑은 모두 없어지겠지. 세계대회들은 모두가 3시간 아니면 2시간으로 1인당 제한시간이 변했잖아."(서능욱) 망설이고 또 망설이던 하네가 드디어 돌을 던졌다. 강동윤은 3년 전의 패배를 깨끗하게 설욕했다. "3년 동안에 강동윤은 부쩍 늘었어요. 하네는 약간 줄었을 것이고요. 아무래도 30대 후반 아닙니까."(윤현석) 중반 이후로는 완전히 흑의 페이스였다. 강동윤이 좌변을 쉽게 단속했더라면 더 일찍 끝났을 바둑이었다. 참고도의 흑1에 지켰을 때는 반면 15집이 확실했다. 백2로 두었을 때 흑3에 못질을 하는 것이 승리의 지름길이었다. 실전은 흑이 A에 받고 백B를 당해 바둑이 길어졌던 것이다. 199수끝 흑불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