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이주자들이 국내 부동산을 담보로 해외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신탁상품이 이르면 다음 달부터 시판된다. 이 상품을 이용하면 국내 재산을 정리하지 않고도 해외 이주자금을 장만할 수 있어 해외 이주자들이 재산 처분 시기를 융통성 있게 선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국부유출을 막는 효과도 기대된다.
10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미은행은 미국 현지의 교포은행과 손잡고 국내 부동산을 담보로 북미지역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교포신탁` (가칭)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교포신탁이란 해외 이민자나 교포들이 자신의 부동산을 국내은행에 `재산신탁`의 형식으로 맡기고 자산가치를 평가받은 후, 국내은행이 발급한 신탁 수익권 증서를 담보로 해외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상품을 말한다.
예를들어 국내에 시가 3억원 짜리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고객이 해외에서 이를 담보로 돈을 빌리고 싶다면 먼저 이 아파트를 한미은행에 맡긴 다음 자산가치를 새로 평가 받아야 한다. 그 후 이 고객은 한미은행이 발급해준 `증서`를 가지고 해외 현지 은행으로 가서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신용도가 형성돼 있지 않아 대출을 받지 못했던 신규 이민자들이나 교포들이 국내의 자산을 담보로 해외에서도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은행 박창호 신탁증권팀장은 “상당수의 해외 교포들이 국내에 부동산을 가지고 있지만 외국에 살고 있어 자산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상품을 통해 해외 이민자들과 교포들이 국내 자산을 해외에서도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주지역에 살고 있는 교포수는 공식적으로 210만명에 달한다. 또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이민열풍으로 지난 9월말까지 해외 이민자와 교포가 한국에서 들고 나간 재산이 약 10억 달러(약 1조1,5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한미은행 관계자는 “이 상품이 활성화 되면 국내 자산을 다 팔고 해외로 떠나는 이민관행도 개선돼 국부유출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