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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사 진명과 지광의 '캐릭터' 자체가 다양한 분야로 뻗어 나갈 힘이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드라마 제작도 구체적으로 준비 중이고 몇 가지 스토리도 이미 나왔어요. 웹툰이든 뭐든 어떤 플랫폼이든 좋으니 이야기를 계속 해나가고, 그걸 다시 영화로 돌아오게 하는 작업을 이어갈 겁니다."
20일 개봉하는 영화 '퇴마 : 무녀굴'을 연출한 김휘(46·사진) 감독의 말에 내심 반가웠다. 이 흥미로운 이야기와 캐릭터가 영화 한 편에서만 등장하고 사라진다면 아쉬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정신과 의사이자 퇴마사인 '진명'과 그의 조수 '지광'이 기이한 현상을 겪는 '금주'를 치료하던 중 그녀 안에 있는 강력한 존재와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한다. 특히 매력적인 것은 캐릭터. '진명'은 대(大) 무속인의 피를 이어받은 정신과 의사로 토속 신앙인 무속과 서양 의학 양쪽의 힘을 빌려 제령을 하는 특별한 퇴마사고 '지광' 또한 무당 할머니를 빼닮아 몸 자체가 영혼을 담는 그릇이나 다름없는 영매다. 악한 영혼에 빙의된 '금주'의 사연 또한 구구절절하다. 이 인물들이 악한 영(靈)을 천도하기 위해 사연을 찾아 헤매고, 그 억울함을 풀어내는 흐름은 감독의 말처럼 여러 다른 갈래의 이야기로 무궁무진한 변주가 가능할 듯 했다.
다만 이 거대한 이야기의 시작점이 될 이번 영화의 완성도가 다소 부족하다는 점은 아쉬웠다. 물론 누구보다 감독의 아쉬움이 가장 컸다.
"공포 영화가 무서우려면 그 무서움을 주는 주체(귀신 등)에 대한 시각·청각화 작업이 잘 돼야 하는데 그 부분이 미진하다는 생각을 계속 했어요. 촬영 전 준비기간 동안 비주얼 작업을 완벽하게 했어야 했는데 잘 못 했죠. 변명하자면 투자가 결정되고 제작에 들어가 개봉하기까지 시간이 너무 짧았어요. 6개월이 채 안 됐는데… 결과적으로 관객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것 같아요."
담아내지 못한 이야기도 많다. 전작 '이웃 사람', '무서운 이야기' 등을 통해 공포·스릴러를 경험하긴 했지만, 본격적인 장편 공포물을 연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만큼 시행착오가 많았다.
"특수 효과나 비주얼 작업을 후반에 몰아서 하다 보니 원래 시나리오에서 생각했던 완성도가 확보되지 않았어요. 삭제해야 하는 장면들이 많았는데 그 때문에 공포의 정서뿐 아니라 이야기 정보도 많이 빠졌죠. 주인공의 가족 관계라거나 사용하는 도구들에 대한 복선은 많은데 정작 영화에서는 설명되지 않으니 답답하게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감독이 토로하는 것들은 사실 한국에서 공포영화를 제작·연출하는 사람들 모두가 겪을 법한 일들이었다. 주류로 인정받지 못하기에 투자가 어렵고 제작 노하우가 덜 쌓였다는 한계. 그렇지만 이 장르에 대한 감독의 애정은 깊었다. "공포야말로 기술이나 이야기 측면에서 해외와 어깨를 견줄 경쟁력을 갖춘 장르"라고도 했다. 초등학교 6학년 처음 극장에서 본 영화가 오컬트 영화인 '오멘'이었다는 감독에겐 운명 같은 걸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다른 영화들도 해야겠지만 주로 공포물을 만들지 않을까 생각해요. 사실 이번 영화는 제가 놓친 부분들이 많기도 하고 여름 극장가가 워낙 치열해 흥행이 걱정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다음에는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전투력이 생기기도 하네요. 이야기를 계속 다듬어가 나중에는 퇴마사 이야기의 시작이 되는 이 영화까지 찾아보도록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