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3일 본회의를 열어 한나라당과 자민련 의원 등 160명이 참석한 가운데 김두관(金斗官)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 찬성 150표 반대 7표 기권 2표 무효 1표로 통과시켰다.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헌정사상 이번이 다섯번째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김 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해 당분간 수용 여부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정치권과 일반 국민의 여론 동향을 지켜본 뒤 적당한 시기에 최종 결정을 내릴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인태(柳寅泰)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김 장관의 사의 표명 계획을 만류한 뒤 “해임건의안을 납득할 수 없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대통령은 여러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협의과정을 거친 뒤 심사숙고를 거쳐 최종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노 대통령이 김 장관을 해임하지 않으면 대통령 탄핵까지 검토키로 하는 등 대여 강경투쟁 방침을 천명해 노 대통령의 수용 거부가 현실화할 경우 정국은 급속도로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가 노 대통령의 해임건의안 수용 여부와 관계 없이 4일 오후로 예정된 청와대 5자회동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혀 5자회동은 예정대로 열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5자회동에서 해임건의안 수용 여부와 관련된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한나라당 박진(朴振) 대변인은 본회의 표결 후 성명을 내고 “대통령이 `해임건의안 거부`라는 최악의 선택을 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며 “만약 대통령이 국회의 뜻을 거부한다면 국민과 국회가 대통령을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문석호(文錫鎬) 대변인은 “해임건의안 통과는 한나라당과 국회의장의 사전각본에 따른 날치기”라며 “노 대통령은 다수당 횡포에 의한 명분 없는 해임건의를 거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149명, 자민련 10명, 무소속 1명이 참여한 이날 표결에서 한나라당 의원이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찬성 표를 던졌고, 자민련은 찬반이 갈린 것으로 분석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에 앞서 국회의장실로 찾아가 박관용(朴寬用) 의장에게 사회를 보지말 것을 요청했으나 박 의장의 본회의장 입장을 막지는 않았다. 민주당은 “거대야당의 명분독선과 횡포는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며 본회의에 불참하고 해임건의안 표결을 실력 저지하지 않았다.
<유성식 기자, 고태성 기자 ssyo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