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 시즌 첫출발 '씽씽'
메르세데스 챔피언십 1R… 3위 우즈 2타차로 제치고 7언더 단독선두
비제이 싱이 7일 하와이의 마우이에서 개막된 메르세데스 챔피언십 첫날 파5의 마지막 홀에서 그린 앞 벙커에서 세 번째 샷을 하고 있다. /하와이=AP연합
7일 하와이 카팔루아 골프장 플랜테이션코스 16번홀(파4ㆍ365야드).
비제이 싱(41ㆍ피지)은 아레나(Arenaㆍ투기장)라는 별명이 붙은 이 홀에서 버디를 낚은 뒤에야 유난히 흰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
이어진 486야드 파4의 17번홀에서 비교적 짧은 버디를 놓친 뒤에도 어깨 한쪽을 으쓱하며 캐디를 돌아봤을 뿐 이전처럼 얼굴을 마구 구기며 험한 인상을 만들지 않았다.
이제 남은 것은 무려 663야드지만 내리막이고 뒷 바람 도움을 받으면 2온도 할 수 있는 파5의 18번홀 뿐. 이 홀에서 파를 해도 7언더파 단독 선두에는 변함이 없다는 사실을 즐기고 있는 듯 했다.
결국 싱은 마지막 홀에서 2온을 노리다가 그린 앞 벙커에 볼을 빠뜨리긴 했지만 무난히 파 세이브하면서 2005 시즌 첫 경기인 메르세데스 챔피언십 1라운드 단독 선두가 됐다.
‘세계랭킹 1위’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전날부터 초조한 빛이 역력했던 싱은 이날 경기 중반까지도 내내 굳은 얼굴을 펼 줄 몰랐지만 보기 없이 버디만 7개 낚아 ‘달력은 바뀌어도 싱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강력한 견제 대상 타이거 우즈(29ㆍ미국)가 보기1개 버디 6개로 2타나 뒤진 5언더파(공동 3위)를 기록한 데 적지 않게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뿐.
우즈는 티 샷한 뒤 손을 놓아 버리기도 하고 몇 차례 러프에서 스윙을 했어도 “샷은 제대로 됐지만 그린 경사가 까다로워 아깝게 놓친 퍼트가 많았다”고 샷에 대한 자신감을 버리지 않았다. 또 퍼트만 제대로 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는 암시를 비치기도 했다.
우즈는 이날 2m의 이글 퍼트가 10cm쯤 차이로 홀을 스치고 지났던 파5의 15번홀을 비롯해 5m안쪽의 버디 및 이글 퍼트를 8개나 놓쳤다. 때문에 우즈의 퍼트가 살아나면 1라운드 상황은 그저 1라운드에 그칠 수도 있다.
‘세계랭킹 1위’를 둔 싱과 우즈의 자존심 대결이 본격적으로 불붙기 시작한 것이다.
이날 승부가 결과적으로 우즈의 판정패였지만 퍼트를 빼고는 백중세라는 점이 앞으로의 대결을 더욱 흥미롭게 한다.
싱과 우즈의 이날 경기 통계를 보면 드라이브 샷과 아이언 샷의 정확도는 각각 80%와 94%로 똑같다. 드라이브 샷 평균 거리는 싱이 다소 앞서지만 323.5야드와 316.5야드(우즈)로 큰 차이가 없다. 다만 퍼트 수에서 싱이 29개로 32개나 되는 우즈에게 3타 앞섰다.
다른 샷은 비슷한 가운데 퍼트 수가 3타 앞서지만 스코어는 2타밖에 차이 나지 않는 상황도 재미있는 대목이다. 우즈가 싱 만큼만 퍼트를 했다면 순위는 바뀌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골프에 ‘만약’은 없다. 2라운드부터 우즈가 퍼트 감을 살려낼 지 지켜볼 뿐이다.
한편 크레이그 패리가 6언더파 67타로 단독 2위를 기록했고 세르히오 가르시아 , 스튜어트 싱크, 조너선 케이 등 3명이 우즈와 함께 5언더파 68타로 공동 3위 그룹을 이뤘다. 또 다른 우승후보 어니 엘스는 애덤 스콧 등과 함께 4언더파 69타로 공동 7위를 형성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무려 14명의 선수가 3타차 선두 그룹을 이뤄 남은 라운드 치열한 선두 다툼을 예고했으며 단 4명만이 오버파 기록을 내는 등 지난해 우승 경험이 있는 31명만이 초청 출전한 대회답게 수준 높은 플레이가 펼쳐졌다.
김진영 골프전문
기자 eaglek@sed.co.kr
입력시간 : 2005-01-07 1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