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낳은 기술자이자 산업가인 헨리 포드(1863~1947)는 포드자동차를 설립, 미국 최고의 자동차 회사로 키운 장본인이다. '포드주의'라고 일컬어지는 경영 및 생산의 혁신뿐만 아니라 사회사상가로서도 인종차별 폐지에도 앞장섰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반유대주의자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포드는 어려서부터 반유대주의를 신봉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포드의 유대인 혐오가 어디서 비롯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제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22년 '국제유대인,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라는 책을 낼 정도로 그의 반유대주의는 철저했다.
최근 한국어로 번역, 출간된 이 책은 포드가 소유한 주간지 '디어본인디펜던트'에 2년간 연재한 유대인에 대한 글들을 단행본으로 엮은 것이다. 제목 그대로 유대인 문제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하고 위험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포드가 규정한 유대인의 모습은 책 곳곳에 적나라하게 표현돼 있다. "그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으면서 자신들만의 목적을 위해 이 나라와 저 나라를 싸움 붙이는 유대인 국제은행가들. 부와 권력의 자리에 앉기 위해 이 나라와 저 나라를 돌아다니며 반란과 혁명을 선동하는 유대인 공산주의자들은 분명히 상상 속의 존재가 아니다. 그리고 이 두 부류의 유대인들이야말로 오늘날 세계를 불안하게 만드는 화근이다."(634쪽)
"유대인의 가장 큰 문제는 사는 나라가 어디든 그들이 어김없이 드러내는 반국가성, 반사회성이다. (중략) 탈무드가 가르치는 유대인의 민족주의에 의하면 유대인은 신의 선민으로 그들보다 열등한 비유대인들을 개나 소처럼 부릴 권리가 있고 이 와중에 비유대인들이 살든 죽든 자신들과는 상관없다는 것이다."(635쪽)
책에서 포드는 유대인 문제와 관련된 사실을 전달하는데 충실할 뿐 반유대주의와는 무관하다며 유대인 문제를 심층적으로 규명함으로써 국가와 사회가 위협받는 일을 방지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해명한다. 하지만 실제로 나치 독재자이자 유대인 대학살을 주도한 아돌프 히틀러(1889∼1945)가 포드가 발간한 반유대주의 기사를 애독했다는 사실에서 포드의 처음 의도와는 상관 없이 유대인 학살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책은 출간된 후 반 세기도 넘는 상황이라 포드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수용하기는 적절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유대인들이 세계 금융계는 물론 미국의 정계, 재계, 언론계 등을 장악하며 여전히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고 유대인 음모론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 책은 유대인에 대한 오해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아울러 그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지배적인 위치에 올랐는지 살펴보고 균형된 시각을 얻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4만 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