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새영화] 미식축구로 성공한 빈민가 흑인의 실화

'블라인드 사이드'



비닐 봉지에 들어있는 몇 장의 셔츠는 그가 가진 전부였고, 아무도 오지 않는 빨래방과 학교 체육관은 그가 유일하게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196cm, 140kg. 보는 사람의 기를 죽일 정도로 거대한 몸집을 소유한 흑인 마이클 오어는 마약 중독자인 어머니로부터 격리돼 양부모의 집을 전전하며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청년이었다. 어느날 그의 운동 신경을 눈 여겨본 미식축구 코치 덕분에 백인들이 다니는 크리스찬 학교에 입학하지만 '우유에 빠진 파리'처럼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 그런 그에게 상류층 가정의 백인 여인 리 앤 투오이가 다가오고, 투오이의 도움으로 새로운 가족을 얻음과 동시에 미식축구로도 크게 성공하게 된다. 빈민가의 흑인이 상류층 백인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다는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성공신화는 할리우드에서는 더 이상 새롭지 않은 이야기다. 하지만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는 이 전형적인 미국 성공신화에 '가족'의 의미까지 얹어 가장 미국적인 가치를 미국적인 방식으로 표현한다. 영화는 프로미식축구 리그 (NFL)의 선수 마이클 오어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갈 곳 없는 마이클을 입양한 리앤 투오이는 적성검사 결과 98%라는 높은 수치를 받은 마이클의 '보호본능'을 미식축구선수로서의 자질로 승화시킨다. 금발의 백인 '사커맘'(축구하는 자녀를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엄마) 리앤을 연기한 로맨틱 코미디계의 히로인 샌드라 불럭은 이번 역할로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영화는 휴먼 드라마답게 웃음과 감동을 적절히 버무렸다. 빈민가에서 살아온 마이클의 힘겨운 이야기가 관객의 마음을 울리면 주목 받길 좋아하는 투오이 집안의 막내가 천연덕스러운 연기로 관객을 웃기는 식이다. '블라인드 사이드'란 미식축구에서 쿼터백이 감지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뜻하는 말로 영화는 서로의 사각지대를 지켜주는 건 가족이라고 말한다. 15일 개봉.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