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대표적 저층 재건축 추진단지가 밀집돼 있는 개포동 개포지구 일대. 지난해부터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은 이곳은 최근 아파트 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달 8억5,000만원에 실거래된 개포동 주공4단지 50㎡(전용면적)의 경우 이달 들어 9억2,000만원에 계약이 성사돼 한 달 사이 실거래가가 7,000만원이나 뛰었다. 주공 1단지 36㎡도 이달 6억9,000만원에 거래되며 지난달 실거래가인 6억2,000만원과의 격차를 크게 벌렸다.
송파구 잠실동 재건축의 대표격인 잠실 주공5단지도 실거래가가 상승하고 있다. 조합장 구속 등 조합 내부 문제가 불거지며 한동안 거래가 뜸했지만 지난 3월 이후 거래가 급증하는 추세다. 이 아파트 76㎡의 경우 지난달 11억3,000만원에 계약이 성사된 후 이달 들어 11억5,5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81㎡도 지난달 12억 7,000만원에서 이달 12억 8,500만원으로 실거래가가 상승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과거 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 고점 회복을 시도하다가 실패한 경우 많아 이번 재건축 가격 상승세 역시 최고점까지 이어질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투자자뿐만 아니라 장기 거주 목적에서도 비싼 가격에 매입하려는 수요가 있는 만큼 시세 추가 상승도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최고점 돌파하거나 육박한 강남 재건축 시세=24일 서울경제신문이 부동산114에 의뢰해 강남 주요 재건축 단지 시세를 분석한 결과 재건축 사업 추진이 활발한 대표단지들의 시세가 과거 최고점을 돌파했거나 육박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강변에 위치한 부촌 아파트인 반포주공1단지는 이미 최고점을 넘어섰다. 이 단지 140㎡의 시세는 최근 25억3,500만원으로 종전 최고 가격이던 2010년 22억원을 큰 차이로 갈아치웠다. 2012년 19억원까지 떨어졌지만 매년 상승을 거듭하면서 3년 만에 6억원가량 가격이 뛴 것이다.
올해 하반기 일반분양이 예정돼 있는 가락시영의 경우 아직 최고점과 차이를 보이지만 종전 최고가 대비 85~88%까지 시세가 회복됐다. 가락시영1차 51㎡의 시세는 현재 6억8,500만원으로 2006년 최고가인 8억원의 88%에 달하는 수준이며 가락시영2차 50㎡의 시세는 종전 최고가(2006년, 8억8,000만원)의 86%(7억5,500만원) 정도다.
이밖에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42㎡ 역시 현재 7억4,500만원으로 2009년 최고가 8억3,000만원 대비 89%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본격화가 거래로 연결…가격 상승 이끌어=최근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시세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재건축 규제 완화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재건축 사업 순항 등이 맞물린 결과라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될수록 거래와 가격이 강세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강남 3구 내 동별 매매가를 분석해본 결과 재건축 사업이 활발한 지역일수록 가격 상승이 가팔랐다.
송파구 가락동의 경우 3.3㎡당 매매가가 지난해 말 3,185만원에서 올해 7월 현재 3,544만원으로 11.3%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가락동의 뒤를 이어 강남구 개포동의 매매가가 지난해 말 4,489만원에서 현재 4,918만원으로 9.6% 상승했다.
이밖에 △서초구 잠원동(3,097만원→3,290만원, 6.2% 상승) △강남구 대치동(3,145만원→3,338만원, 6.1%) △서초구 반포동(4,198만원→4,434만원, 5.7%) 등의 순으로 가격이 많이 올랐다.
강남 재건축 가격 상승세는 향후 이어질 일반 분양들의 성적표를 기준으로 갈릴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올 하반기 예정돼 있는 가락시영 재건축(헬리오시티), 잠원 반포한양 재건축(반포한양자이), 서초우성2차 재건축(래미안에스티지S) 등의 일반분양 결과에 따라 투자자들이 움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연구위원은 "강남 재건축이라는 투자성과 수요 덕분에 분양 성적표 역시 우수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추가 가격 상승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