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 주택시장 시한폭탄"

비우량 담보대출 20% 채무불이행 <br>금융기관 손실 급증…사업 철수·매각 잇따라<br>내년에 시중금리 올리면 금융시장 요동칠듯


경기둔화와 시중금리 상승으로 미국 금융시장에서 신용도가 낮은 대출자를 대상으로 한 비우량(subprime) 주택담보대출자의 20%가 채무불이행으로 집을 가압류당할 위기에 처했다. 이에 따라 무차별 대출에 나섰던 금융기관들이 손실 급증으로 주택담보대출 사업을 접거나 매각하는 극약처방을 내놓고 있다. 특히 내년에 시중금리가 상승할 경우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이 주택시장은 물론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시한폭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택시장의 ‘뇌관’=20일(현지시간) 비영리 리서치기관인 ‘책임 있는 여신센터(CRL)’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9월까지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자 가운데 20%가 채무불이행으로 집을 가압류당할 상황이다. 지난 2002년까지만 하더라도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은 틈새시장으로 취급되며 모기지론의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았지만 ▦집값 상승에 따른 자산효과 ▦저금리 기조 지속 ▦금융기관들의 출혈대출 등이 맞물리면서 현재는 주택담보대출의 핵심 분야로 떠오른 것. 지난해 말 기준 미국 전체 주택담보대출 6,000억달러 가운데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25%에 달한다. 또 지난 98~2002년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자는 연평균 100만명에 불과했지만 주택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한 2003년부터 가파른 증가세를 기록해 올 들어 3ㆍ4분기까지 300만명 이상이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 대출상환 여력이 더 악화되면 대출자들의 주택 가압류와 신용불량자 양산이라는 악순환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기관도 ‘좌불안석’=주택시장 냉각을 예상하지 못하고 신용우대 금리에 비해 4%포인트가량의 높은 금리를 받는 ‘단맛’에 무리한 대출경쟁에 나섰던 금융기관들도 손실급증으로 애를 태우고 있다. 이날 AP통신이 미국 신문 및 방송 편집자들을 대상으로 올해 최고의 비즈니스 뉴스를 선정한 결과 미국 주택경기 둔화가 1위로 뽑혔다. 그만큼 주택시장 둔화가 서민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과 부작용이 만만치 않았다는 분석이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는 HSBC는 미국 주택담보대출 사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출 연체율(60일 이상)이 올 6월 3.57%에서 11월 3.99%로 늘었기 때문. 3ㆍ4분기 대출손실은 13억8,000만달러로 2ㆍ4분기의 12억5,000만달러보다 악화됐다. 대출기관인 ‘옵션원’을 보유하고 있는 H&R블록도 올 들어 적자사업으로 전락한 옵션원을 매각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고, 키코프도 주택담보대출 사업 부문인 ‘챔피언 모기지’를 매각,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주택은 물론 금융시장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의회는 대출자들이 비우량 담보대출 대신 신용우량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고 있고 정책 당국도 변동금리 담보대출을 제한하는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관련기사



서정명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