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작사·작곡한 최초의 대중가요인 '황성옛터'를 부른 이애리수 여사가 생존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일보는 28일 보도를 통해 올해 98세인 이 여사가 경기도 일산 백석마을의 한 요양원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도 개성 출신의 본명이 이음전인 이 여사는 18세에 '황성옛터'를 부르며 일제강점기 우리 국민의 심금을 울린 장본인이다. 1932년 빅타 레코드사에서 발매한 '황성옛터' 음반은 당시 5만장이란 경이적인 판매고를 올리며 인기를 끌었다. 지금의 인구비례로 따지면 500만장 수준. 이 여사는 연극배우인 외삼촌을 따라 9세 때부터 순회 극단 무대에 선 것으로 알려졌다. 어린 시절 신극좌, 민중극단, 취성좌 등에서 아역 배우로 활동하면서 유명 배우로 성장한 이 여사는 조선연극사, 연극시장 등 흥행극단에서 주연을 맡는 등 유명세를 이어나갔다. 당시 극단의 막간 가수로도 활동한 이 여사는 자연스럽게 음반을 취입하게 됐고, 1931년 콜롬비아 레코드를 통해 취입한 '메리의 노래' '라인강' '부활' 등의 번안곡을 불러 가수로도 이름을 알렸다. 이 여사는 이듬해 빅타 레코드로 옮긴 뒤 왕평 작사, 전수린이 작곡한 '황성의 적(황성옛터)'을 발표하면서 대중가요사에 이름을 남기게 된다. '황성의 적'은 이애리수의 고향인 개성 만월대를 소재로 나라 잃은 슬픔을 애둘러 표현한 곡으로, 후에 '황성옛터'로 곡명이 변경돼 이어져 왔다. 서양 이름인 '앨리스'에서 따온 이름인 애리수로 활동한 이 여사는 1930년대 중반 본격적인 여가수들의 등장으로 인기가 사그러들자 연예계 은퇴를 선언한 뒤 자취를 감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