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세빈 법원장 "나는 과연 정의로운 법관이었나…"

오세빈 서울고법원장 후배들에 퇴임 소회 e메일


“나는 정직하고 정의로운 법관이었는지를 반성하겠다.” 최근 35년간 일해온 법원을 떠나기로 한 오세빈(59ㆍ사진) 서울고등법원장이 후배 판사와 법원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오 원장은 지난 23일 서울고등법원 직원들에게 ‘판사, 그 시작과 끝’이라는 제목의 e메일을 보낸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그는 e메일에서 “1975년 광주에서 판사를 시작했을 당시 약하고 여린 마음에 장발 피의자에게는 과료를 선고하고 사정이 딱한 형사범의 경우에는 영장을 기각해 사사건건 지적을 받기도 했다”며 재직 시절을 회고했다. 또 1972년 시작된 유신시절과 1980년대의 신군부 정권 시절 역시 법관들에게 시련의 계절이었다며 “정권에 반대하는 학생운동이 대규모로 일어나던 시절 법정에서 그들의 노랫소리를 들어가며 재판했지만 후배인 학생들에게 부드럽게 대하려고 노력했고 판결도 소신에 따라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유신과 신군부 정권 시절 그리고 고등법원 부장판사와 법원장을 거치며 35년간 법정에서 시대의 변화를 함께한 오 원장. 정의로운 법관을 꿈꾸던 젊은 판사는 어느덧 50대 중반의 노판사가 됐다. 오 원장은 “줄곧 법정에서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였다. 법원장으로 지낸 4년 동안은 어찌 보면 내게 어울리지 않는 생활이었는지 모르겠다”며 “법관 생활을 마무리하며 주위의 모든 분께 감사하고 나 자신이 정직하고 정의로운 법관이었는지를 반성하겠다”고 작별의 인사를 전했다. 오 원장은 사법시험 15회 출신으로 대법원 재판연구관, 대전지법원장 등을 지냈으며 법원 내 기업법 전문가로서 ‘기업법 커뮤니티’를 이끌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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