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라디오 연설로 본 경제운용 방향<br>비효율·거품 제거위해 기업·공공분야 고강도 구조조정<br>과잉유동성 '핫머니' 변질 엄단… 노동법 개정 가속도<br>녹색성장 투자 늘리고 서비스·부품소재 등 中企 육성
| 이명박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언론인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아침 라디오 연설을 통해 "경기가 다소 좋아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해서 긴장의 끈은 놓지 말자"고 강조했다. /손용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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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거시경제 흐름이 일부 개선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이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리는 우를 범하지 말자"며 긴장의 강도를 높이고 나섰다.
이 대통령은 18일 라디오 연설을 통해 "지난 외환위기 과정에서도 너무 서둘러 긴장을 풀어 구조조정과 각종 개혁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했다"며 카드사태도 거론했다. 지난 2001~2002년 당시 정부는 외환위기를 조기에 극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가계대출을 늘리고 무분별한 카드발급을 허용해줘 소비버블을 촉발시켰고 이는 곧바로 소비자 파산 급증, 경기급랭, 경제성장률 급락을 초래했다. 이 대통령은 "비록 경기가 회복기에 들어선다 하더라도 서민들의 삶이나 일자리 문제가 나아지는 것은 시간이 더 걸린다"며 성급한 기대를 경계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부분에서는 "(도약 여부는) 그동안 우리 사회 곳곳에 누적돼온 비효율과 거품을 제거하느냐 못하느냐, 미래를 위해 과감한 개혁과 투자를 하느냐, 못하느냐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고 말하며 기업과 공공분야의 구조조정을 강조했다.
구조조정
정부가 구조조정을 몰아붙인다는 일부 대기업들의 볼멘소리에 이 대통령은 "지금이 구조조정과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적기"라고 말하며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명확하게 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경쟁력 있는 기업과 경쟁력 없는 기업을 구분해야 하고 한정된 자원을 경쟁력 있는 기업에 몰아줘 한층 강화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구조조정 기금을 20조원으로 확정하고 금융기관과 기업의 부실채권을 매입해 구조조정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주채권은행들도 이 달 말까지 45개 주계열사에 대한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과잉유동성
최근 잇따라 제기되고 있는 과잉유동성 논란과 관련, 이 대통령은 "일부에서는 부동산 투기조짐이 보인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을 뿐 이에 따른 별다른 대책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정부는 이미 과잉 유동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지켜보겠다'는 수준 이상의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 '위기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 강력한 구조조정 의지를 밝힌 마당에 몇몇 지표의 착시현상에 취해 섣불리 긴축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료들의 잇단 부동산 투기에 대한 발언은 과잉유동성이 생산현장으로 흐르지 않고 투기성이 강한 '핫 머니'로 변질되는 것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경고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노동시장
노동시장 유연화에 대한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은 명확하다. 이 대통령이 노동시장 유연화에 대해 "한치도 늦출 수 없는 우리의 중요한 과제"라고 말한 만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 관련법 개정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해고의 유연성. 노동부는 지난해 말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경직된 고용시장을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하겠다며 근로기준법을 올해 말까지 개정하고 비정규직의 고용기간을 연장하는 비정규직법 개정안은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노동계가 비정규직 고용기간 연장 등 노동유연화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갈등이 예상된다.
신성장산업
이명박(MB) 정부의 신성장 산업의 핵심은 역시 '저탄소 녹색성장'. 이 대통령은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자원고갈 이후를 대비해 석유 판돈을 따로 모으고 있다"고 한 말을 전하며 신재생에너지 등 녹색성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정부는 13일 녹색성장위원회에서 발표했던 그린ITㆍ녹색기술 선도국 도약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진행할 방침이다. 이미 녹색위는 오는 2013년까지 12조원을 투자해 53만명의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정부는 2012년까지 ▦고효율 실리콘 태양전지 ▦액화석유가스(LPG) 하이브리드자동차 ▦고효율 박형화 발광다이오드(LED) ▦지능형 전력망 기술을 상용화해 시장선점을 이뤄내고 2020년까지 ▦연료전지ㆍ전기차 ▦2차전지 ▦석탄가스화복합발전기술(IGCC)) 플랜트 ▦원자력 수소생산시스템 개발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육성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은 3가지 부문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은 "서비스 산업 분야, 부품 소재 분야,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들을 얼마나 만들어내느냐가 위기 이후 대한민국 경제의 모습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경제회복기 중소기업의 성장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대외경제 변수에 허약한 경제체질을 개선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8일 발표한 서비스 산업 선진화 방안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도 IT 중소기업과 녹색 기업들의 글로벌화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