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코스피지수가 2,100선 아래로 추락하면서 코스피가 1차 저항선인 2,050선을 터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주에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는 것을 비롯해 미국 고용지표 발표, 그리스 채권단 합의 등 증시에 영향을 주는 대내외 이벤트가 몰려 있어 투자의 갈피를 잡기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시장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추세적 하락세에 돌입한 것은 아니다"라며 "단기 조정의 기회를 틈타 오히려 장바구니를 재정비할 타이밍"이라고 조언했다. 주목해야 할 업종으로는 그동안 저평가된 자동차·정보기술(IT) 등 대형 수출업종, 2·4분기에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정유·화학 업종을 추천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24일부터 큰 폭으로 떨어지기 시작해 이달 들어서는 단 하루(4일)만을 빼놓고 하락해 2% 넘게 떨어졌다.
시장전문가들은 최근 주식시장 부진의 원인이었던 채권금리 급등 흐름에 큰 변화가 없는 만큼 이번주에도 이렇다 할 상승 모멘텀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 8일 발표된 미국 실업률이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해 미국의 금리 인상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어 글로벌 자금의 신흥국 유입이 원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고용지표가 개선되면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한 우려가 나올 수 있다"며 "이달 신흥국의 주식 유동성은 4월에 비해 줄어들 수 있어 국내 증시로의 외국인 매수세 유입도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글로벌 유동성 외에도 줄줄이 대기 중인 국내외 이벤트들도 증시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우선 11~12일(현지시간) 진행될 그리스와 채권단 간의 구제금융 합의 도출 여부가 주초부터 불확실성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11일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와 12일 채무만기(IMF대출 7억5,000만유로) 도래를 앞두고 그리스 채무협상이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룰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6월 말이 추가 구제금융 집행 여부가 결정되는 실질적인 데드라인이라는 측면에서 당분간 그리스 채무협상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증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시장전문가들은 다양한 변수들이 있지만 증시가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일 가능성은 적다며 오히려 저가매수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오태동 LI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증시는 3~4월 가파른 상승랠리에 따른 마찰적 조정을 겪고 있다"며 "앞으로 몇 개월 동안은 2,050~2,200선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오 팀장은 이어 "앞으로 전개될 좁은 박스권을 고려해도 현재 주가는 하단에 있기 때문에 매수전략을 취하기 좋은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업종별로 급등락 폭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주목해야 할 업종은 자동차·정보기술·정유화학이 꼽힌다.
삼성전자(005930)는 1·4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대로 회복했지만 이달 들어 5% 넘게 빠졌다. 최근 내놓은 스마트폰 '갤럭시 S6' 판매부진 우려가 반영됐다는 게 중론.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의 주가 흐름은 우려가 지나치다고 지적한다. 황준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갤럭시 S6 판매 부진 우려에 따른 삼성전자의 주가 조정 수준은 과도하다"며 "개선된 2·4분기 실적을 내놓으면서 주가도 함께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2·4분기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25% 증가한 7조5,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주가가 바닥을 치고 있는 자동차주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평모 동부증권 연구원은 "현대차(005380)의 이익과 판매량이 모두 바닥을 지났다"며 "2·4분기부터 미국과 유럽 등 주요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본격적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현대차 실적에 가장 큰 문제가 됐던 러시아를 비롯한 신흥국 시장이 환율 안정과 판매가격 인상으로 부정적 영향이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2·4분기 대표 실적주로 꼽히는 정유·화학 업종에서는 GS(078930)가 자회사 GS칼텍스의 실적반등에 힘입어 큰 폭으로 실적이 개선됐다. 박재철 KB투자증권 연구원은 "GS의 지난 1·4분기 영업이익은 1,980억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크게 넘어섰다"며 "자회사인 GS칼텍스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19.52%나 올라가면서 GS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도 25.9% 증가한 6,703억원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096770)도 올해부터 정유 부문의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이존아단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가는 주가순자산비율(PBR) 0.7배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볼 수 있다"며 "해외정유 업체들의 평균인 1.4배와 비교했을 때도 낮은 수준이라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