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3구에 대한 투기지역 해제가 사실상 유보된 것은 최근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세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 회복을 넘어서 일부 재건축 추진 아파트 가격은 고점을 찍었던 지난 2006년 수준까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연초 강남권으로 국한됐던 가격 상승세가 최근에는 목동과 분당신도시 등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은 물론 과천으로까지 확산되면서 규제완화에 대한 속도 조절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바라는 것은 거래시장의 회복이지 통제불능의 급등이 아니다"며 "단기간에 값이 뛰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는 최근 강남권 거래나 가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만큼 강남권의 가격 상승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민간정보제공 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표가 보수적인 국민은행 통계에서조차 강남권 재건축 추진 단지의 상승세는 확연하다. 국민은행이 10일 발표한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시내에서 집값 상승폭이 가장 컸던 곳은 강남ㆍ서초ㆍ강동구 등 저층 재건축이 밀집된 곳들이다. 서울 지역 집값 상승률 상위지역을 보면 강동구가 0.6%로 가장 높았고 이어 ▦서초구(0.5%) ▦마포구(0.5%) ▦강남구(0.3%) ▦성동구(0.2%)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비강남권인 마포구와 성동구 역시 상암동 랜드마크빌딩, 한강변초고층 시범사업 등 개발 호재가 반영됐다. 하지만 도봉ㆍ강북ㆍ성북ㆍ노원구 등 강북 대부분 지역이 하락세를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강남권의 가격 상승률은 더욱 두드러진다. 그동안 최근의 거래증가와 집값상승을 국지적인 단기급등으로 의미를 축소해왔던 정부로서는 꺾일 줄 모르는 상승세로 투기지역 해제의 명분을 잃어버린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최근 집값 상승세가 재건축 규제완화와 잠실 제2롯데월드 신축 허용 등에 기인해 정부의 정책 운신 폭이 더욱 좁아졌다"고 분석했다. 민간연구소의 한 관계자도 "아직 집값이 대세 상승기에 접어들었느냐를 두고는 이견이 분분하지만 강남권이 사실상 전체 집값 상승에 선행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섣불리 강남권 규제 추가완화책을 내놓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강남권 주변부가 덩달아 큰 폭의 가격 상승세를 보이면 투기지역 해제가 아니라 투기지역을 추가 지정해야 하는 문제도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주택 투기지역은 전월 주택가격 상승률이 소비자 물가상승률보다 30% 이상 높고 최근 2개월 평균 상승률이 전국 평균보다 30% 이상 높거나 최근 1년간 상승률이 최근 3년간 전국 평균 상승률 이상이면 심의를 거쳐 지정한다. 투기과열지구 역시 주택가격의 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현저히 높은 지역으로 주택의 투기가 우려되는 경우가 지정 요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