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법조이야기] 복사본도 사문서 위조 해당

이처럼 복사기에 의한 위조문서 사본을 처벌할 수 있다는 최초의 판례는 지금으로부터 1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물론 그 전에는 복사본은 위조사문서죄로 처벌을 받지 않았다.사건의 발단은 부산시 동래구 장전동에 살고 있던 김모씨 등 2명이 다른 사람 명의의 위임장을 복사해 그 사본을 진짜인 것처럼 사용하다 수사기관에 검거되면서 불거졌다. 그러나 1·2심 법원은 복사한 문서는 인증(認證)이 없기 때문에 김씨 등을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죄로 처벌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같은 하급심의 무죄판결은 대법원 판례를 그대로 인용한 것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2심 판결이 내려지자 승복할 수 없다며 즉시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안우만(安又萬)대법관에게 배당했다. 安대법관은 기록을 검토하면서 이 사건을 시대흐름에 맞게 사회현실성을 반영하고 싶었다. 당시 전자복사기술의 발달로 대부분의 사무실들은 이미 복사기 등을 갖추고 있었고 게다가 일부에서는 복사문서를 원문분서로 점차 대신 사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법조계 안팎에서는 복사문서에 대해서도 원본에 부여하는 것과 유사한 가치를 인정하고 복사본의 위조나 그 행사에 대해 엄격한 법적 규제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됐다. 安대법관은 결국 이 사건을 모든 대법관들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로 해결하기로 했다. 이일규(李一珪)대법원장과 12명의 대법관들은 여러차례 협의했다. 대법원은 마침내 89년9월12일 전자복사한 사본도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죄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위조한 사문서의 사본만을 제시한 경우에는 위조사문서죄가 성립되지 아니한다」는 종전의 입장을 완전히 바꾼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복사문서가 원본에 대신하는 증명수단으로서의 기능이 증대되고 있는 실정에 비춰볼 때 이에대한 사회적 신용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며 『복사한 문서의 사본은 문서위조 및 동행사죄로 처벌을 받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판결에 대해 이재성(李在性)대법관은 반대의견을, 이회창(李會昌)대법관은 별개의견을 냈다. 이 판결은 복사본의 문서성을 인정함으로써 입법과 현실의 간격을 줄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윤종열기자YJYU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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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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