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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미 인바디 부사장은 중소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여자 전문경영인이다.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지 10년 만에 부사장의 자리에 올랐다. 이 부사장은 그 비결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가해지는 차별이나 특혜 모두 없이 주요 부서를 경험하게 만드는 인재육성제도와 육아휴직 보장을 통해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사내복지제도를 꼽았다. 이 부사장은 "출산과 육아 문제로 눈치 보지 않고 철저히 업무 평가만 이뤄지는 사내 문화가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지 않고 인재로 성장해 결국 회사에 기여하는 길"이라며 "남자와 여자 직원들이 조직 내에 골고루 조화를 이루면 50+50=200의 효과가 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국내 1위 청첩장 업체 바른컴퍼니의 전체 부서장(임원 포함) 중 절반은 여직원이다. 특히 20~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여성들이 부서에 골고루 포진하며 신구조화를 이룬 게 바른컴퍼니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단순 생산직을 제외하면 여직원 비율이 약 60%에 이른다. 주요 제품군인 청첩장은 구매시 신랑보다는 신부의 입김이 더 세다는 점을 고려해 여성 직원들이 기획, 디자인은 물론 생산 등에서도 남직원보다 장점이 많다는 평가다.
13일 중소업계에 따르면 여성 인재 채용과 활용에 적극 나서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여자직원 채용 확대에 머무르지 않고 육아휴직보장과 공정한 인사제도를 기반으로 여성 인재들을 회사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삼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체성분분석기업체 인바디가 대표적이다. 차기철 인바디 대표는 회사는 직원들의 잠재력을 일깨워주는 학교라는 경영 철학을 갖고 있다. 이러한 철학 때문에 남녀 직원 모두 업무 성과로만 평가 받고 승진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동시에 육아휴직 1년 보장 등을 통해 여성들이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일반적으로 영업부는 남직원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인바디의 경우 초창기부터 신입 여직원들의 활약 덕택에 여성친화적인 문화가 조성됐다는 평가다.
윤영호 바른컴퍼니 대표 역시 여성 인력 활용이 기업 경쟁력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믿고 있다. 그는 "비슷한 연령대의 여직원이 많으면 지나치게 경쟁적 문화가 조성될 우려가 있지만 다양한 연령대의 여직원이 있으면 앞선 선배의 모습을 보며 후배가 뒤따라 성장하는 환경이 자연스레 구축된다"며 "최소 1년 이상의 육아휴직보장 등 직원들의 행복한 가정생활에 부합되게 조직을 운영해야 중소기업도 훌륭한 인재들이 유입되면서 미래지향적인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중소기업에서 여성 인재에 눈을 돌리는 것은 공정한 인사제도와 형평성 등 명분보다는 회사에 실질적인 기여한다는 판단에서다. K-뷰티 열풍을 이끄는 화장품 산업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화장품 ODM업체인 코스맥스는 설립 초기만 해도 남직원 비율이 높았지만 어느덧 전체 직원 중 여직원 비율이 절반에 이른다. 특히 최근 신입 때는 여직원 비율이 6:4 수준으로 더욱 높았다. 한국콜마 역시 3년 사이에 여성 인재 확보에 적극 나선 결과 전체 여직원의 비율이 20%에서 35%로 높아졌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화장품업계가 국내시장 기반의 기술 지향 기업이었다면 이제는 글로벌 기반의 마켕팅 능력이 핵심으로 부상하다 보니 글로벌 소비자를 잘 이해하는 여성 인재의 중요성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의 여성 인력 활용 추세가 핵심인재 확보와 사회 전반적인 여성 고용률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경련이 지난 6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여성 직원 비율은 대기업보다 6.9%포인트 낮은 15.8%로 아직 상당 부분 채용 여력이 있다는 평가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들이 일과 가정이 양립 가능한 조직 구축에 힘쓰고 핵심인재 확보 차원에서 경력단절여성과 기존에 회사를 떠났던 여직원 활용에 앞장선다면 자사의 발전은 물론 사회적 고용률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