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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 1월 30일] 맹장(猛將)과 맹장(盲將)


[기자의 눈 1월 30일] 맹장(猛將)과 맹장(盲將) derrida@sed.co.kr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임금이 신하들에게 어명을 내렸다. 제사에 쓰도록 술을 한 통씩 가져오도록 했다. 신하들은 가져온 술을 큰 단지에 부었다. 하지만 맛을 보니 맹물이었다. 어느 신하도 진짜 술을 내놓지 않았다. 이렇게 된 데는 임금의 탓이 컸다. 임금은 신하들에게 “술이 떨어지면 목을 베겠다”고 선언했다. 신하들은 제사가 몇 차례나 더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맹물’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제사를 망친 것은 살겠다고 맹물을 부은 신하들의 문제가 아니다. 명령만 내린 왕의 책임이 크다. 왕의 역할은 명령을 내리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신하들의 사정을 살피고 술맛을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 적과 맞서 싸우는 전쟁도 마찬가지다. 장군의 역할은 승리를 위해 최고의 전략을 짜는 데 그치는 게 아니다. 부하들에게 승리에 대한 확신을 주고 “돌격 앞으로”를 외친 후 직접 나서는 데 있다. 전쟁의 승패는 장군이 짊어져야 할 몫이다. 작게는 기업 구조조정, 크게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맞서는 우리의 모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감독당국이 은행들에 살생부를 내놓으라고 했지만 모아놓으니 ‘맹탕’이었다. 은행에 “부실해지면 목을 치겠다”고 엄포를 놓았으니 당연한 결과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 구조조정안을 발표하면서 “돌격 앞으로”를 외쳤지만 ‘업계 자율’을 내세워 칼자루를 은행에 쥐여줬다. 매일 관련 기사가 쏟아졌고 감독당국은 “관련이 없다”며 해명자료를 내는 데 급급했다. 구조조정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겠다’는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혼란만 가중시켰다. 회생 가능하다는 회사들은 자금난으로 신음하고 법정관리를 선택하는 곳도 나왔다. 은행들은 “나머지 기업들의 살생부도 작성하라”는 명령을 받고 전쟁터로 떠밀렸다. ‘맹탕’은 예정된 수순이다. 이명박 정부는 현재의 경제위기를 전시상황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각 부처가 내놓은 경제회생 대책은 ‘맹물’만 가득하다. 솔선수범 나서는 맹장(猛將)은 없고 책임을 외면하는 맹장(盲將)만 눈에 찬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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