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 분단 70년을 맞은 올해는 시작부터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남북관계는 오히려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사출시험에 이어 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 내 목함지뢰 도발에 나섰으며 우리 정부의 거듭된 대화 제의는 번번이 거부하고 있다. 민간 차원에서 추진하는 교류도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오는 10월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앞두고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남북관계 냉각기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경제신문은 창간 55주년, 광복 및 분단 70주년을 맞아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성기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가나다 순) 등 북한 전문가 4명에게 '남북관계 전환점 만들자'라는 주제로 정책 제언을 들어봤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북한의 잇단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노력은 지속적으로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올해 하반기가 박근혜 정부에서 남북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인 만큼 이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명박 정부 5년, 박근혜 정부 2년반 동안 고착된 남북 간 강 대 강 대결구도를 타파해야 한다"면서 "내년 총선, 내후년 대선을 염두에 둘 때 올 하반기 골든타임에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으면 박근혜 정부 임기 내 남북관계 개선은 요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 스케줄을 보면 여건은 녹록지 않다. 광복절 직후인 8월17일부터 27일까지 한미합동군사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이 진행되는데 북한이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또 북한 정부 수립일인 9월9일 9·9절과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인 10월10일로 이어지면서 북한이 도발 공세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4차 핵실험을 단행할 경우 국제사회의 제재가 불가피하며 남북관계도 경색될 수밖에 없다. 하루빨리 남북대화의 물꼬를 터 북한의 도발을 막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서는 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 내용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 강력히 경고하면서도 대화의 문을 열어놓겠다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양 교수는 "역대 정부도 광복절 경축사에 대북 제의와 정책추진 기조를 담아 남북관계 흐름을 반전시키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활용했다"면서 "박 대통령은 튼튼한 안보와 함께 대화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성 연구위원은 "8·15를 계기로 보다 장기적인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대통령의 의지를 밝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현 단계에서 정상회담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우선순위는 일본이나 러시아·중국 등 대외관계의 채널 확보에 있으며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남북관계의 필요성을 재검토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남북 간 현안인 금강산관광 재개와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관련해 김 교수는 "한 묶음으로 해서 일괄타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으며 성 연구위원도 "연계가 가능하다"고 말하는 등 패키지로 해결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와 함께 김정은 체제가 들어서면서 북한이 과거와는 달라진 만큼 우리 정부의 남북 간 관계설정 및 대북정책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교수는 "북한을 압박 일변도로 끌고 가기보다는 김정은 체제를 대화의 파트너로 인식해야 한다"면서 "쉬운 것부터 어려운 것으로,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자세로 남북관계를 풀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 수석연구위원은 "과거에는 북한의 경제적 사정이 어렵다는 점에서 대북 지원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왔지만 이제는 북한도 어느 정도 경제회복이 됐고 경제특구 등을 통해 외자유치 및 본격적인 경제개발을 추구하는 만큼 장기적으로 새로운 대규모 남북경협 프로젝트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