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2막 새로운도전] "한국식 베트남 쌀국수 드세요"
호아빈 박규성 사장
“베트남 쌀국수가 일부 계층만 즐기는 음식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밥 처럼 먹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베트남 쌀국수 전문 프랜차이즈 호아빈(www.hoabinh.co.kr) 박규성(39ㆍ사진)사장은 “베트남 전통음식을 한국적으로 개량하겠다”며 이같이 강조한다. 2003년 10월 ㈜비엣포코리아를 설립, 가맹점 모집 9개월만에 22개의 매장을 확보해 업계 최대 가맹율을 자랑하는 ‘호아빈’은 한약재를 사용한 웰빙 쌀국수,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자체 육수 개발, 타사에 비해 저렴한 가격 등을 내세우며 베트남 쌀국수 업계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품격높은 서비스와 다양한 메뉴개발 등을 통해 연말까지 매장 50개를 목표로 뛰고 있는 박 사장은 “10월부터 지방직영본부를 설립해 앞으로 200개 가맹점을 오픈하겠다”고 밝힌다. 내년 하반기에는 일본에 진출, 한국화된 베트남 쌀국수로 한류 열풍을 일으키겠다는 각오다.
호아빈에 들어서면 분위기가 마치 고급 레스토랑같다. 붉은 벽돌과 흰색 벽면, 깔끔한 검정색의 테이블에 감미로운 음악까지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은하게 풍기는 동남아 음식 특유의 향과 한쪽 벽면엔 대나무, 베트남 전통 모자 ‘논’이 장식돼 있는 것을 보면 이 곳이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호아빈 매장은 어느 곳을 가더라도 이같이 이국적이고 고급스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매장은 깔끔한 곳을 좋아하는 젊은 연인 뿐 아니라 혼자 끼니를 처리해야 하는 바쁜 직장인들에게 부담 없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편안하게 꾸며져 있다.
시골출신의 박 사장은 학창 시절 아르바이트를 통해 대학(성균관대 전자공학과)등록금을 마련할 정도로 가난했다. 때문에 평범한 직장 생활로는 어머니를 모실 수 없다며 틈만 나면 사업 아이템을 찾았다. 26살의 어린 나이에 사업에 뛰어든 그는 2년제 직업 전문학교 창립 멤버로 근무했고 96년에는 학창 시절의 전공을 살려 게임 프로그램 유통 업체를 설립했다. 사업은 시작하자마자 가맹점 40여개를 넘기며 게임업계 뉴스 메이커로 떠올랐다. 그러나 사업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타 업체의 게임 유해성이 문제가 됐고 각 언론사는 게임이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미친다고 보도하기 시작, 게임 사업을 정리하게 됐다. 새로운 창업 아이템을 찾던 중 그는 자신이 마니아였던 베트남 쌀국수를 떠올렸다. 베트남 특유의 향신료 때문에 한국인들이 거부감을 느낀다고 판단한 박 사장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육수를 개발하면 베트남 쌀국수의 대중화는 시간 문제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게 적중한 것이다.
“메뉴 개발을 위해 베트남과 한국을 오가며 쓴 비행기삯만 모아도 건물 한 채는 샀을 것입니다. 우리 입맛에 맞는 육수 개발을 위해 앞치마를 두르고 1년간 부엌에서 잠을 잤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호아빈의 쌀국수는 국내 최고의 맛이라 자부할 수 있습니다”
호아빈은 국내 베트남 쌀국수 시장에 다소 늦게 뛰어들었지만, 다른 매장에서는 맛볼 수 없는 얼큰하고 개운한 한국적인 육수 맛으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박 사장이 가장 자신할 수 있는 것도 바로 ‘맛’. 호아빈의 쌀국수 육수는 오향, 정향, 산초, 계피, 팔각 등 11가지 이상의 한약재가 들어가 국물 맛이 진하고 얼큰하다는 평이다. 호아빈이 웰빙 메뉴로 각광을 받는 것도 바로 이 한약재가 들어간 육수 때문이다. 당연히 호아빈의 쌀국수가 먹고 싶어 멀리서 찾아오는 단골 손님도 있고, 베트남 현지 맛을 느끼고 싶어 호아빈을 찾는 베트남 사람도 적지 않다.
호아빈은 본사에서 쌀국수의 육수를 거의 완제품 상태로 공급하며 모든 메뉴의 조리법을 표준 매뉴얼화했다. 각 점포에서는 본사에서 공급한 육수에 물을 붓고 2시간 가량 끓이기만 하면 쌀국수 육수가 만들어진다.
“음식점 창업에서 주방장 관리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주방장에 따라 음식 맛이 달라지니까 주방장이 바뀌면 잘 되던 점포가 망하기도 하지요. 그래서 주방장 없이도 일반인이 쉽게 만들 수 있도록 맛을 표준화해 거의 완제품 상태에서 제품을 공급하는 만큼 초보자도 가능합니다”
박 사장은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극복할 방법이 생긴다’는 말을 자주 떠올린다. 시련이 왔을 때 마음가짐을 어떻게 가지느냐가 사업의 성패를 짓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가 가맹주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국화된 베트남 쌀국수가 국내에서 열풍을 언제 일으킬지 주목된다. (031)904-7600
양정록 기자 jryang@sed.co.kr
입력시간 : 2004-09-14 1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