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4일 내놓은 '과거형' 사죄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의 성난 반일 정서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아베 총리의 "사과인 듯 사과 아닌 사과 같은 말장난"은 한 나라의 지도자가 마땅히 가져야 할 역사인식의 부재를 만천하에 드러낸 것을 넘어 역사적 가해자가 느껴야 할 최소한의 양심마저 저버렸다는 평가다.
아베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일명 '아베 담화')는 과거형 화법을 동원해 현재의 곤궁한 처지를 벗어나 보려는 꼼수였다는 게 SNS의 지배적 여론이다. "우리나라(일본)는 지난 전쟁에서의 행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의 마음을 표해왔다"는 아베 총리의 화법을 두고 한 네티즌은 "과거의 정부 발언에 의존한 껍데기일 뿐 구체적인 언급이 없는 교묘한 말장난"이라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의 이 같은 '유체이탈' 화법은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씨의 최근 친일 망언과 맞물리면서 네티즌의 심기를 더욱 불편하게 했다. 한 트위터리안은 "아베가 당당한 것도 문제지만 피해자인 우리나라가 정신적 독립을 못한 것도 문제"라며 "박근령처럼 천황폐하라고 떠들어대는 사람들 말이다"라고 비판했다.
나치 만행의 최대 피해국 가운데 하나인 폴란드 국민이 독일에 대한 앙금을 푼 계기는 1970년 빌리 브란트 당시 독일 총리의 무릎을 꿇은 사과였다. 무릎은커녕 허리마저 꼿꼿한 아베 총리에게 한일관계의 건설적 미래를 논하는 것은 점점 더 사치스러운 일이 되고 있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