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국 경제 중환자실서 막 나온 상태… V자형 회복 어렵다"

[특별인터뷰] 금융위기 이론 세계적 전문가 신현송 프린스턴대 교수<br>월가, 실물경제에 얼마나 도움줬는지 의문<br>'연말쯤 금리인상' 시장관측은 잘못 짚은것<br>한국경제 녹색산업등 장기적 투자 나서야



글로벌 금융위기에 리스크 관리가 가장 뛰어났다는 골드만삭스가 2ㆍ4분기에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발표한 13일(현지시간). 금융위기 이론의 세계적 전문가인 신현송 프린스턴대 교수는 골드만삭스의 놀라운 실적에 대해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신현송 교수는 "증권사(투자은행)들은 금융 기관간의 트레이딩으로 다시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이들이 과연 실물 경제에 얼마나 도움을 줬냐"고 반문하면서 "월스트리트의 사회적 가치가 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야 보야 한다"고 꼬집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34억4,000만 달러(주당 3.54달러)의 순이익을 내 뉴욕 증시 상승을 견인했다. 이는 지난 1분기의 20억5,000만 달러보다 늘어난 것일 뿐만 아니라 월가 예상치 주당 3.54달러를 뛰어넘는 것. 월가에서는 골드만삭스가 올해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2007년의 연봉 잔치를 또 벌일 것이라는 관측이 파다하다. 신 교수는 "미국은 80년 대 이후 부풀려진 자산 유동화 거품으로 위기를 맞았고 이를 중개한 증권사는 자산 거품을 키우는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이날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주미 대한상공회의소(코참ㆍKORCHARM)에서 금융 위기와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해 1시간 강연하면서 특유의 통찰력과 예리한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단기적인 대응도 중요하지만 선진국들이 급한 불을 끄고 있는 사이에 녹색산업 등 장기적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 미국, 과거의 호황시절로 복귀 못한다= 신 교수는 미국 경제가 응급실에서 이제 막 중환자실에서 벗어난 상태라고 진단하면서 대형 금융기관이 하루 아침에 망하는 위험에서는 벗어났지만 'V자형'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신 교수는 "미국 가계의 자산ㆍ부채 간 불균형이 해소되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설령 미국이 경기침체에서 탈출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호황시대로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비가 미국 경제의 3분의 2차를 차지하는 미국 경제 구조상 자산 가치가 줄어든 가계의 씀씀이 줄이기는 계속될 수 밖에 없고, 30년 호황을 뒷받침한 자산 거품을 재차 양산하기 어렵기 때문이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상업 은행들은 리스크를 부담하기 싫어 가계와 기업에 대출하지 않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예치금을 더 쌓고 있고, 신용카드 회사들은 고객의 신용한도를 줄이는 통지서를 계속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 FRB 연말 금리인상, 잘 못 짚었다= 신 교수는 아직까지 돈이 제대로 돌지 않는 상황에서 FRB가 연말쯤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시장의 관측에 대해 한마디로 "잘 못 짚었다"며 짤라 말했다. 뉴욕연방준비은행 자문교수를 맡고 있는 그는 "연준 관계자들은 어떻게 하면 유동성을 제대로 공급해 경기를 회복시킬까 고심하고 있다"며 "그들은 대공황 시절의 미국,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에서 보여준 정책 실패를 되풀이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일본은 경기가 조금 되살아 나자 각각 1937년과 1997년 긴축정책으로 돌아서면서 장기 불황에 빠졌다. 신 교수는 최근 출구전략과 관련, 중앙은행이 시중의 과잉 유동성을 흡수하는 것이 기술적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주장했다. 금융위기 이전 8,000억 달러에 달하던 FRB 자산은 양적완화 정책에 돌입하면서 현재 2조 달러를 넘어섰고, 이를 계획대로 추진한다면 4조 달러까지 팽창할 수 있다. 신 교수는 "시중이 뿌려진 유동성의 상당액은 시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흡수된다"며 "예를 들어 (FRB가 사들인) 기업어음(CP)은 3~9개월 뒤 만기가 되면 자연 해소된다"고 밝혔다. 또 가장 규모가 큰 모기지 유동화증권(MBS)의 경우 FRB가 시장 충격을 감안해 일시에 매각하지 않고 단기 물로 쪼개서 순차적으로 매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양적완화 정책으로 풀린 유동성 흡수보다는 금리 인상의 적절한 시점을 찾는 것이 FRB에게 더 어려운 과제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적절한 시점에서 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이 시점을 잡는 것과 (금리를 올리지 말아야 한다는) 정치적 압력을 뚫고 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용기가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거울(가격)만 보지 말고 자신(펀드멘털)을 보라= 신 교수는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의 오류'에 현혹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는 "올 봄 주식가격이 치솟자 금융위기가 이제는 끝났고, 이 때의 주가가 마치 미래를 예견해주는 듯한 분위기였다"며 "그러나 가격만 쳐다본다면 경제의 펀드멘털(기초체력)을 보지 못하는 우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방 금리선물을 사례를 들었다. 지난달 23, 24일 개최된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시카고 선물시장에서 이자율(연방기금 선물금리)이 올랐는데, 이 가격은 펀드멘털의 반영이 아니라 금융기관 내부 전략상의 타켓점 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선물 이자율은 금융기관의 투자 전략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거울만 쳐다보고 있으면 자신이 움직이고도 마치 세상이 움직이는 것처럼 착각할 수 있다"며 "거울(시장 가격)을 보지 말고 자신(펀드멘털)을 봐라"고 조언했다. ◇ FRB 중심의 거시 감독해야 = 미국 감독체제 개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FRB 중심의 감독강화 방안을 지지했다. 신교수는 "과거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타킷팅(물가상승 억제목표)에 치중함으로써 중앙은행으로서의 독립성은 높아졌고, 학계에서도 이를 지지하는 풍조가 있었다"며 "그러나 중앙은행이 물가만 보면 큰 그림을 놓치고, 그 결과 지금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금융위기를 계기로 시스템 위기를 방지할 기회를 잡지 못한다면 후세가 우리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현송 교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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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이론의 세계적 대가. 2007년 여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가 폭발했을 때 금융권의 부실자산 규모를 산정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영국 중앙은행 고문과 국제결제은행(BIS) 자문교수, 뉴욕연방준비은행 자문위원을 거쳐 2007년부터 뉴욕연준 자문교수를 맡고 있다. 지난 5월 연세대의 제2회 조락교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고교이후 줄곧 외국에서 공부를 했음에도 한국에 들어와 병역을 마쳤다. 현재 금융 감독시스템과 실물경제와의 상관 관계 등을 연구중이다. ▲59년생 ▲1978년 영국 에마뉴엘 고교졸 ▲1985년 영국 옥스포드 대학 졸 ▲1988년 옥스포드 경제학 박사 ▲1990~94년, 96~2000년 옥스포드대 교수 ▲2000~2005년 런던 정경대교수 ▲2006년~현재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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