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책 페이지당 글자수 확 줄었네

활자 커지고 디자인적 요소 강조… 10년새 최대 50% 감소

10년 사이에 책 한 페이지당 글자수가 최대 50%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20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최근 발행된 신국판(新菊版ㆍ152×225㎜)에 들어가는 자수는 약 700~800자(200자 원고지 3.5매) 정도인데 반해 10년 전에는 최대 1,200자까지 들어갔던 것을 나타났다. 88년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전 10권) 초판의 경우 페이지당 1,000자 정도였으나, 최근 개정판은 약 750자 정도로 줄었다. 반면 미국의 경우 1900년대 이후 소설의 페이지당 자수는 변화가 미미하다. 에드거 R. 버로우의 SF소설인 '화성의 프린세스(Princess of Mars)'(1903)는 JRR 톨킨의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 (1996년) 개정판, 1999년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위키드(Wicked)'(1999년)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현상은 1990년대 말 불었던 에세이 붐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잭 켄필드의 밀리언셀러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1998),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1996) 등 짧으면서도 사색적인 글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에세이들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오르면서 시장이 대폭 커졌던 것. 수필은 인문서ㆍ소설 등에 비해 분량이 적어 디자인적인적 요소를 강조하면서 출판사들이 글자 크기를 키우고 행간을 넓혀 페이지당 자수를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출간된 에세이는 페이지당 약 600자 정도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인문서도 글자수가 예전보다 약 30%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큰 활자로 지식을 빨리 습득하려는 독자들의 요구에 출판계가 발 빠르게 대응한 것도 또 다른 요인이다.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섭취해야 할 지식이 늘어나면서 책도 술술 읽혀야 한다는 독자들의 요구가 출판기획에 반영된 것"이라며 "1980년대에는 페이지당 글자수가 1,000자를 넘었고, 각주까지 빼곡해 한 장 넘기기가 쉽지 않았지만 요즈음은 30분 정도면 한권 읽을 수 있는 책도 많다"고 말했다. 인터넷도 페이지당 자수 축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입수하는 세대에게 책을 권하기 위해 시각적인 효과를 극대화 했다는 것. 출판계 한 관계자는 "책 한권을 읽었다는 성취감은 뿌듯한 것"이라며 "활자를 키운 것은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인터넷과 경쟁하는 출판계가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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