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국 새 연준의장 옐런] 데이터 앞세운 날카로운 분석가… 한·미 통화스와프 지원

■ 누구인가<br>공직서 20년 잔뼈…이론·실무 겸비 준비된 거목<br>고용·물가 자료 등 분석해 정책 만들고 경제 전망<br>남편 노벨경제학상·아들은 경제교수 '경제학 가족'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차기 의장에 지명된 재닛 옐런(66) 연준 부의장은 학계 및 연준에서 각각 20년 이상을 근무해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거시경제 분야의 '준비된' 거목으로 꼽힌다.

현 연준에서 양적완화 옹호론에 서며 대표적 '온건파'로 분류되고 있지만 실상은 철저한 데이터 분석에 기반해 타당한 정책을 도출해내는 '날카로운 분석가'이자 '통합론자'에 더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평가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에 대해 "비둘기의 예측력이 매보다 훨씬 정확하다"고 극찬한 바 있다.


지난 1946년 뉴욕 브루클린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옐런은 브라운대 경제학과를 우등 졸업하고 예일대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 버클리대와 하버드대, 영국 런던정경대 등 서구의 명문대학에서 20년 이상 강단에 서며 화려한 학문적 배경을 갖췄다. 1977년 결혼한 남편 조지 애컬로프는 시장규제를 옹호한 '레몬 이론'으로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인물로 옐런과 수차례 공동 논문을 집필하기도 했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교수인 남편 애컬로프와 함께 아들 로버트 애컬로프도 영국 워릭대에서 경제학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어 이들 가족은 가히 '경제학 가족'이라 불릴 만하다. 옐런 부부는 지난해 기준으로 주식, 채권펀드, 은행 예금 등 480만∼1,320만달러(53억5,000만∼147억3,000만원)의 재산을 가진 재력가라고 WSJ는 전했다.

실무적 측면에서도 옐런은 1970년대 연구원으로 연준에 첫 가세한 것을 비롯해 1990년대 이후 연준 이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 연준 부의장 등을 두루 거쳐 연준 인사 중 가장 오랜 정책 입안 경력을 자랑하고 있다.


학자로서의 옐런은 '실업의 비용과 원인' 분야에서 주로 학문적 커리어를 쌓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실업률 하락 추이와 맞물려 경제정상화를 시도하고 있는 미 경제의 '회복 플랜'에 옐런만큼 적합한 인물은 찾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실업률 및 고용 문제에 특화된 그의 학문적 배경은 연준 재직 당시 '깐깐하고 철저하게' 고용 및 물가 데이터를 분석, 가장 타당한 정책을 내놓는 것으로 이어졌다. WSJ에 따르면 연준 인사들이 2009년부터 올해까지 내놓은 각종 경제전망을 분석한 결과 옐런의 적중률이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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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옐런은 '과도한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이유로 양적완화를 반대해온 '매파'와도 교집합을 이룬다. "옐런이 온건파를 자청한 것은 열악한 경제환경에서는 과도한 인플레이션이 촉발되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라는 게 WSJ의 평가다. 실제 옐런은 연준 이사로 일하던 1996년 앨런 그린스펀 당시 연준 의장에게 급격히 오른 물가를 낮추기 위해 금리인상을 실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옐런은 "인플레이션은 너무 낮아도, 높아도 경제에 해악을 끼친다"고 답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옐런은 정부 주도하의 강력한 금융규제로 대변되는 규제론자로 변신하며 월가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당시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로 재직하며 지역 은행의 붕괴 현장을 목격했던 옐런은 "금융위기가 나를 비둘기파에서 규율론자로 이끌었다"며 "연준에서 정책을 토론하고 평가하고 책정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위기가 발생할 경우 자동규율이 가능하도록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현 연준이 미 대형은행들에 국제규제기관이 합의한 규정 이상의 엄격한 자본규정을 요구하게 된 것도 옐런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옐런의 뛰어난 소통능력에도 점수를 주고 있다. AP통신은 "회의 석상에서 그는 침착하고 정확하며 모두의 의견을 귀 기울여 청취한다"며 차기 연준에서 '매파'의 입지가 강화될 경우 가장 적합한 해답을 내놓을 수 있는 인물도 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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