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의 포위망은 날일자 행마로 이루어져 있다. 그 포위망에 흠집을 내는 요령은 건너붙임이다. 그래서 ‘날일자는 건너붙이라’는 기훈이 생겨난 것이다. 건너붙임이라면 흑57의 자리가 바로 그곳이다. 백52로는 그곳에 건너붙여야 했다는 것이 검토실의 일치된 의견이었다. 그랬으면 흑의 망했을 것이라는 가상도를 어제 소개한 바 있다. 그 가상도는 주간지 ‘고위클리’에 실리 것이었다. 청소년 기사 몇명이 그 가상도를 수정하고 나섰다. 흑이 일방적으로 망하는 길을 장쉬가 갈 이유가 없으니 타협할 것이라는 뜻이었다. 그래서 등장한 타협책이 참고도1의 흑4였다. 그것이면 백9까지의 절충인데 이것으로 백이 괜찮아 보인다는 분석이었다. 그런데 여류최강 스즈키 아유미 3단이 새로운 주장을 내놓아 검토실의 여러 고수는 물론이고 타협책을 내놓았던 청소년 기사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그것이 참고도2의 백1 이하 12였다. 포인트는 흑4로 가만히 내려서는 수순. 검토실에서는 이 수로 A에 몰아야 한다고만 생각했고 그래서 중앙의 흑이 몽땅 잡힌다는 결론이 나왔던 것이다. 그러나 흑4로 내려서면 백5 이하 11(흑10은 이음)로 두어도 흑12의 급소를 흑이 두게 되므로 백대마가 도리어 모조리 잡힌다. 그래서 결론이 바뀌었다. 백52는 신통치 않은 수였음은 맞다. 그러나 정답은 건너붙임이 아니고 그냥 60의 자리에 가만히 단수치는 것이었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