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담당 아서 앤더슨에 투자자들 잇따라 소송
지난 97~98년 아시아 통화위기때 한국을 비롯, 아시아 기업들에게 투명성(transparence)을 확보하도록 강요했던 뉴욕 월가가 미국 랭킹 7위 기업인 엔론의 분식 회계를 확인하지 못하거나 묵인했다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다.
미국 회계법인의 양심을 자처해온 아서 앤더슨은 엔론의 회계감사를 맡고도 장부조작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사실로 투자자들의 소송에 휘말리고 있다.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다이너지사의 합병 무산이 발표되기 직전에 엔론의 등급을 무더기로 하향조정, 일종의 담합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미국 역사상 최대의 파산으로 기록될 엔론의 경영위기는 장부조작을 통한 분식회계에서 출발했다.
4년간 9,300만 달러의 이익이 조작되고, 금융계열사 부실이 12억 달러로 불어나며, 재무담당 간부가 회사돈을 빼돌리는 사건이 투명한 회계를 자랑하는 미국에서 발생했다.
투자자들은 엔론의 회계감사법인인 아서 앤더슨이 엔론의 분식 회계를 발견하지 못했거나, 알고도 묵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아우성이다.
아서 앤더슨은 이에 앞서 선빔과 웨이스트 매니지먼트에 대한 회계감사에서도 분쟁에 휘말려 있는데, 이번 엔론 사건으로 명예가 땅에 떨어졌다.
또 무디스와 S&P등 뉴욕 월가의 양대 신용평가회사들도 인수협상에 나섰던 다이너지가 협상 결렬을 통보받을때까지 엔론의 신용등급을 투자등급으로 유지했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미국의 신용평가기관들은 엔론과 다이너지의 협상이 결렬되기 전날인 27일밤까지 투자등급을 유지하기로 합의했고, 다음날 새벽 다이너지로부터 결렬통보를 받고 공식발표 몇분전에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다는 것이다.
엔론의 금융계열사는 현금을 확보하지 않고 있다가 회계조작이 터지면서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돈을 인출하는 바람에 한달사이에 파산을 맞게 됐다.
금융감독당국이 은행에 대해서는 투자자금의 일정비율을 예치하도록 의무화하면서도, 비은행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예치 규정을 두지 않았다가 허점이 노출된 것이다.
또 피델리티, 뱅가드, 푸트남, 얼라이언스 캐피털등 월가의 대표적인 뮤추얼 펀드들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긍정적 평가와 허위장부를 믿고 엔론 주식을 매집했다가 망신을 당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지는 29일자 사설에서 에너지그룹 엔론의 파산이 '월가의 내부 폭발'이라며, 월가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김인영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