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편법 수입산에 멍드는 철강업계


“요즘 철강업계 사정은 정말 어렵습니다. 경기침체로 철강 수요가 줄어든데다 저가 수입제품까지 범람해 모두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마땅한 대응책이 없어 그저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뿐입니다.”

최근 만난 한 철강업체 최고경영자(CEO)는 요즘 철강업계의 현실에 대해 이같이 토로했다.


그의 말대로 현재 철강업계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인 상황이다.

우선 전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철강제품의 주요 소비처인 조선ㆍ자동차ㆍ건설ㆍ가전업체들이 철강 소비를 크게 줄였다. 게다가 한국ㆍ중국ㆍ일본 등 동북아 철강업계는 구조적인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다. 당연히 철강제품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중국ㆍ일본산 저가의 철강제품마저 국내시장에 쏟아져 들어오며 가격 하락에 기름을 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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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중국산 철강재 가운데 편법 수출을 통해 가격을 낮춘 제품이 상당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제품이 보론강과 칼라강판이다.

중국 철강업계는 수출증치세 환급을 받기 위해 보론(붕소)을 극소량 첨가한 보통강을 합금강으로 둔갑시켜 우리나라에 수출하고 있다. 두꺼운 후판 표면에 페인트를 칠한 칼라강판 역시 중국 업체들이 수출증치세 환급을 받기 위해 만들어낸 꼼수다.

이들 중국산 제품은 세금 환급분만큼 국산은 물론 일반 중국산 제품보다도 가격이 저렴하다. 국내 철강사들은 이들 수입제품에 대응하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제품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국내 철강업계 및 정부는 일부 철강제품의 편법 수출 자제를 이미 여러 차례 중국 측에 요청한 상태다. 이에 대해 중국 측은 문제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상황에서 생존의 위협에 직면한 국내 철강업계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저가ㆍ편법 수입제품을 더 이상 방치하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국내 철강업계는 자동차ㆍ조선ㆍ기계 등 우리 주력 수출기업에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국내 철강 유통시장을 교란시키는 중국산 편법 수입제품을 근절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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