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美쇠고기 판매 '폭탄돌리기'

대형마트등 유통업체 "잘못 나섰다간 여론 뭇매"<br>상황 악화에 기존입장 바꿔 "당분간 판매 보류"<br>"비용 부담에 보관 중인 물량 아예 폐기도 고려"<br>수입업체도"누가 먼저 발주 나서나…" 눈치만


“보관 중인 미국산 쇠고기도 아예 폐기를 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홈에버의 한 관계자)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들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수입이 재개되면 판매에 나서겠다는 기존 방침을 바꿔 당분간 판매를 보류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특히 기존 수입위생조건에 따라 지난해 수입해 보관 중이던 뼈 없는 쇠고기에 대해서도 선뜻 판매에 나서지 못하고 여론과 경쟁업체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자칫 먼저 나섰다간 ‘폭탄 돌리기’처럼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수입업체를 통하지 않고 미국 쇠고기 업체로부터 직수입해온 홈에버는 지난해 수입한 물량에 대해서도 여론이 개선될 때까지 판매하지 않고 물류센터에 보관할 방침이다. 홈에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수입한 물량이 그렇게 많지 않아 일단 검역을 통과한 물량을 자체 물류센터에 나눠 보관할 계획”이라며 “보관기간이 늘어나고 비용부담도 커지면 최악의 경우 폐기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이 중단된 후 국내 업체들은 부산항에 5,300여톤, 미국 롱비치창고에 7,000여톤 등 모두 1만5,000여톤의 뼈 없는 미국산 쇠고기를 보관 중이며 오는 15일 수입위생조건이 고시되고 검역이 재개되면 먼저 검역 후 판매에 나설 예정이었다. 롯데마트는 더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최근 인터넷에 ‘롯데마트가 미국산 수입쇠고기를 판매한다’는 루머가 돌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네티즌들이 롯데마트가 지난해 7월13일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했던 내용을 이번 수입 재개에 따른 판매로 호도해 인터넷상에 퍼뜨리면서 인터넷에서는 롯데 제품 불매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롯데마트는 홈페이지에 ‘롯데마트는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하지 않습니다’는 글을 싣고 재고로 가지고 있던 미국산 냉동 쇠고기의 판매도 중단했다. 롯데마트의 한 관계자는 “롯데 괴담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악성 괴담이 떠돌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파는 건 짚을 지고 불로 들어가는 꼴”이라고 난감해 했다. 이마트ㆍ홈플러스 등도 이번에 수입되는 LA갈비 등은 물론 지난해 수입된 뼈 없는 쇠고기에 대해서도 판매를 보류하고 있다. 자칫 잘못했다간 기업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미국산 쇠고기 판매에 대해 결정된 사항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체들도 곧 샘플용을 들여올 계획이었으나 여론이 악화되면서 누가 먼저 물량 발주에 나설지 눈치만 살피고 있다. 엠온인터내셔날의 한 관계자는 “이번주 중에 미국에 샘플용을 발주할 계획이었는데 여론이 극도로 악화돼 계획을 수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미트앰의 한 관계자도 “한미 쇠고기협상이 타결될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까지 여론이 악화될 줄 몰라 이달 중 발주할 계획이었으나 지금으로서는 재협상 결과나 여론 추이를 지켜보고 계획을 다시 짜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필봉무역의 한 관계자 역시 “당초 오는 7~8월 중에 들여오기로 계획했지만 현재 상태로는 계획 자체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쇠고기 수입업체들은 그러나 지난해 수입된 후 검역이 중단된 물량의 경우 이르면 이달 중순부터 프랜차이즈 식당 등을 통해 시중에 풀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부산항에 45톤의 수입 쇠고기가 묶여 있는 수입업체 오래드림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수입된 쇠고기는 주로 뼈 없는 살코기인 만큼 검역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검역이 통과되는 16일께부터 직영 유통망과 프랜차이즈 식당 등에 우선 공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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