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압박을 가하는 하드 파워(hard power)와 함께 북한 사람들이 억압적 체제에서 벗어나 더 나은 삶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소프트 파워도 중요하다.”
세계적 석학 조지프 나이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12일 오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 모두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가정보위원회 의장과 국방부 국제안보담당 차관보를 지낸 나이 교수는 ‘소프트 파워(2004)’라는 저서에서 경제력ㆍ군사력으로 상징되는 하드 파워뿐 아니라 문화와 정치ㆍ외교력 등 소프트 파워를 높여가 국가의 위상이 높아진다는 주장을 내놓아 주목을 받았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초청으로 방한한 나이 교수는 이날 “스마트 파워 앤드 워 온 테러(Smart Power and the ‘War on Terror’)”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북한에 소프트 파워를 적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할리우드 영화를 즐겨 본다는 사실이 그의 핵정책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소프트 파워만으로는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하드 파워 부문에서는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고 소프트 파워에서는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한국과 미국ㆍ일본이 중국과 긴밀히 협력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차기 정부의 세계정책과 관련해 “미국은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가 조화를 이루는 ‘스마트 파워’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이 교수는 “9ㆍ11테러 이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테러조직들의 논리를 강화시켜주고 더 많은 이슬람 교도들을 성전(聖戰)에 참여하도록 했다”며 “미국 차기 정부는 더 이상 이 용어를 외교정책의 중심에 놓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