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날까지 아들 같고 손자 손녀 같은 생도들 뒷바라지 하면서 사는 꿈 말고 뭐가 더 있겠어.”
45년간 공군사관학교 생도들의 각종 제복을 손수 고쳐온 김일락(77) 할머니. 충북 청원의 공사 내 세탁소에서 쉴새없이 재봉틀을 돌리고 있는 김 할머니는 공사의 산 증인이다.
공사가 진해에 있던 지난 58년부터 생도들의 옷을 수선하기 시작한 김 할머니는 학교가 서울을 거쳐 지금 자리로 옮길 때까지 한번도 생도들의 곁을 떠나본 적이 없다. 올해 입학한 생도가 55기로, 대다수의 `보라매`들이 김 할머니를 거쳐간 셈이다.
실제로 생도들은 김 할머니를 어머니나 할머니로 호칭한다. 김 할머니는 작전사령부에서 근무중인 권종필 소령(38ㆍ공사37기)과 공사 교수로 현재 영국에 유학중인 강창부 소령(34ㆍ공사41기)을 양아들로 삼고 있다.
이렇게 생도들을 자식삼아 정을 주고 받으며 지내온 김 할머니는 이제는 생도들의 옷이 망가진 정도만 봐도 어떤 훈련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추석을 이틀 앞둔 9일 김 할머니는 “옷에 맞지 않는 제복을 내 손을 거쳐 반듯하게 입혀놓은 뒤 생도들로부터 `어머니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들을 때면 정말 흐뭇하다”고 말했다.
공사에서 구두를 수선하며 함께 일해온 남편이 지난 85년 하직한 뒤 김 할머니는 혼자서 세 딸을 키워왔고 둘째와 막내딸은 공사 군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조충제기자 cjch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