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LG전자 본사와 경남 창원 공장 등지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지난 9월 독일 IFA 가전전시회 관련 각종 자료와 임직원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조성진 LG전자 H&A(생활가전·공조 부문)사업본부 사장 집무실과 가전전시회 행사에 관여한 임직원 6∼7명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이들이 주고받은 e메일 내역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조 사장 등에게 검찰 출석을 통보했지만 조 사장 측은 거래선 미팅과 현지 시장 방문, 사업전략 확정 등의 일정을 이유로 출석에 불응해왔다. 특히 다음 달 6~9일에는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박람회 'CES 2015'가 미국서 예정된 상황에 조 사장이 검찰에 불려갈 경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LG전자 측이 조 사장의 출석을 CES 박람회 이후로 최대한 미루는 방안을 검찰과 조율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검찰의 이번 LG전자 압수수색이 조 사장 소환을 압박하기 위한 차원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압박 강도를 높인 만큼 조 사장의 검찰 소환시기도 빨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유감을 표명한 뒤 "검찰 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하고 정정당당하게 조사를 받을 것"이라며 "다만 CES 이전까지는 출석이 여의치 않은 만큼 조사일정을 조정해줄 것을 계속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9월 독일 IFA 가전전시회 직전 베를린 시내 가전 양판점 자투른 슈테글리츠에서 자사 크리스털블루 세탁기 도어 연결부를 고의로 파손한 혐의로 조 사장과 LG전자 세탁기 담당 임원 등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LG전자는 그러나 "통상적인 수준의 제품 사용환경 테스트를 한 것일 뿐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며 양사 간 진실 게임 양상으로 번졌다. LG전자는 "삼성전자가 촬영한 동영상에는 삼성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세탁기에 충격을 가하는 장면이 나온다"며 증거위조·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삼성전자를 맞고소해 '세탁기 고의파손'의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