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CEO칼럼] 틀을 깨라


필름산업의 양대 산맥이었던 후지필름과 코닥. 한 쪽은 살아남았고 한 쪽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근 100년여간 필름산업의 1위 시장을 고수했던 코닥은 세계 최초 디지털 카메라 개발과 휴대용 카메라 개발, 달 사진 촬영 등 사진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지만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파산이라는 쓴 결과를 맞이했다.

반면 코닥과 같이 필름산업으로 성장해온 후지필름은 어떻게 해서 무사히 위기를 넘기고 성공적인 기업혁신까지 이뤄낼 수 있었을까. 그것은 바로 '틀'을 깨는 것이다.


후지필름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함께 사양길에 접어든 필름산업 분야를 축소하고 디지털 신사업 분야들을 개척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디지털 카메라 분야의 X시리즈는 후지필름 틀 깨기의 정수라 할 정도로 기존 형식을 벗어난 새로운 디자인과 가치 창출로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틀을 깬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정통성을 강조하면서 하나의 아이템으로 성장해온 기업의 경우 대부분 변화보다는 고정된 틀 안에서의 안정과 유지를 바라는 경우가 많다. 물론 경영자 입장에서는 오랜 기간 한 분야에서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성장을 이뤄왔기 때문에 지금의 위치를 버리고 새롭게 무언가에 도전하고 만들어내야 하는 것은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코닥의 사례를 보더라도 그 안정과 유지가 기업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현실 안주하는 기업은 결국 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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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글로벌 초우량 기업들을 보면 틀을 깨고 위기에서 재도약에 성공한 몇몇 사례들을 찾아볼 수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신망 받는 기업으로 손꼽히는 GE는 무분별한 문어발식 확장으로 추락하던 시기 엄청난 강도의 구조조정과 6시그마로 대표되는 조직과 품질 혁신을 시도했다. 직원 수는 3분의1로 줄였으며 150여개 계열사는 13개의 기업군으로 재조정됐다. GE는 위기에서 틀을 깨는 기업 혁신을 시도했으며 이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기업으로 탈바꿈하게 됐다.

또한 변화와 혁신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애플 역시 최고경영자(CEO) 퇴출, 매킨토시의 실패 등 위기의 연속이었지만 스티브 잡스가 CEO로 부임하면서 혁신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애플은 시장의 흐름을 빠르게 읽어 다른 정보기술(IT) 기업들보다 시대를 앞서가는 제품개발을 실시했으며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가치 창출 마케팅을 통해 세계 최고의 IT 회사로 거듭나게 됐다.

이들 모두 기업의 존폐를 위협할 만큼의 위기를 겪었지만 그때마다 기존의 틀을 과감하게 깨고 새로운 환경 변화에 빠르고 능동적으로 대처함으로써 업계에서 최고의 위치로 올라설 수 있었다.

이처럼 기업이 틀을 깨기 위해서는 몇 가지 시도가 필요하다. 첫째 현재까지 진행하던 것들에 의문을 가져야 한다. 의문을 갖는 순간 문제점을 발견할 것이며 문제점을 통해 앞으로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소비자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그것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 기업의 모든 업무는 소비자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며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것이 기업의 첫 번째 목표가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입을 통해 그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직접 찾는 것이 중요하다.

혁신 통해 군살 과감히 도려내야

최근 많은 CEO들이 혁신을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고 있다. 고인 물이 썩듯이 현실에 안주하고 시대의 흐름에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되기 마련이다. 기업은 틀을 깨고 생존과 혁신을 위해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존하고 싶다면 활동적 타성에 젖어 말로만 혁신을 주장하지 말고 철저한 기업평가를 통해 도려낼 부분이 있다면 과감하게 도려내고 필요한 부분은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는 진짜 혁신을 이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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