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안타까운 구조조정 역설… 젊은 은행원 무더기 명퇴

■ 씨티은행 650명 희망퇴직 결정

"불안감… 새출발 기회 삼자" 신청 반려하는 등 수습에도

8년차 이하 110명이나 포함


26일 650명의 인력을 명예퇴직시킨다고 발표한 한국씨티은행에 안타깝게도 구조조정의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경쟁력이 떨어지고 나이 든 연령층뿐만 아니라 입사 10년도 안된 젊은 인력들까지 대거 희망퇴직 대열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씨티은행은 앞서 핵심 인재들까지 희망퇴직을 선택하자 신청을 반려하는 등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씨티은행은 26일 내부 전산망에 공고를 내고 650명이 희망퇴직자로 최종 결정됐다고 밝혔다. 전체 직원 4,240명의 15% 수준이다.

56개 점포를 감축하는 계획과 맞물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진행된 희망퇴직 신청 접수에는 원래 최종 퇴직자보다 많은 약 780명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외로 많은 핵심 인재와 젊은 직원들이 희망퇴직을 선택하자 씨티은행은 퇴직 신청을 반려, 130명을 회사에 남아 있도록 설득했다.


회사 측의 반려를 받더라도 다시 퇴직을 신청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번 희망퇴직에서 제공하기로 한 신청자의 근속 연수에 따라 36~60개월치 급여에 해당하는 특별 퇴직금은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퇴직 동기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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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 작업을 했음에도 650명 가운데는 행원이나 대리급인 8년 차 이하 5급 직원이 110여명이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8년에서 15년 차에 해당하는 4급 직원들도 100명 남짓 희망퇴직을 선택했다. 1~2급과 3급 등 관리자급 직원들도 각각 비슷한 숫자가 희망퇴직을 신청했지만 회사의 실무를 담당하는 젊은 직원들이 대거 퇴직을 선택한 것이다.

한 직원은 "회사가 지점과 인력을 계속해서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젊은 직원들도 '과연 이 회사에 계속 남을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며 "나이가 젊으면 상대적으로 새로 취업하기가 쉽고 자기 계발을 위해 유학을 원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이번 희망퇴직을 기회로 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는 "은행 측이 개별 면담을 통해 관리자급 직원들의 퇴직을 사실상 종용했지만 실제로는 행원·과장 등 한창 일해야 할 직급의 직원이 대거 신청한 것으로 안다"며 "애초 은행 측 기대와는 달리 역선택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씨티은행은 지난 4월 기존 190개 지점의 3분의1에 달하는 56개 지점을 다른 지점으로 통폐합하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노조는 사측의 희망퇴직 실시 강행에 반발해 다음달 1일부터 각 지점에서 신규 상품 판매를 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투쟁 지침을 내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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