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IPTV 산업이 법제화의 덫에 걸려 한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동안 유럽과 미국ㆍ일본 등 경쟁국들은 5년 뒤 200억달러(약 18조7,000억원) 규모까지 성장할 시장을 놓고 이미 치열한 선점경쟁에 돌입했다. 특히 인도ㆍ체코 등 신흥국가들까지 뛰어들면서 한국의 입지를 더욱 좁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외 IPTV 업체들의 움직임을 볼 때 연내 관련 입법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는 기술에서는 최강을 자랑하지만 서비스에서는 ‘IPTV 후진국’을 면하기 힘들 전망이다.
글로벌 IPTV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급성장하고 있다. 실제로 리서치기관인 멀티미디어리서치그룹(MRG)에 따르면 IPTV 서비스 시장 규모는 올해 36억달러에서 5년 뒤인 오는 2011년 203억달러로 6배 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다. IPTV 서비스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장비수요도 덩달아 뛰어 2005년 3,000만달러에 그쳤던 장비시장 규모는 2013년 3억6,000만달러로 10배 이상 껑충 뛸 것으로 예상됐다.
IPTV 서비스 개시 전까지 다른 나라들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산고를 겪었다. 하지만 서비스 경쟁 제고와 소비자 선택권이 강화돼야 한다는 원칙을 규제기관이 받아들이면서 IPTV 상용화의 길이 열리게 됐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케이블TV 사업자들이 강력히 반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의회와 미연방통신위원회(FCC)가 주정부의 승인만으로 사업권을 승인하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등 진입장벽을 낮췄다. ▦브로드밴드 개발 촉진 ▦공공 인터넷 개방성과 상호 접속성 유지 ▦전국 단위의 사업권 발급 모색 등을 추진하기도 했다.
유럽에서 처음 IPTV 서비스를 실시한 영국도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영국은 2003년 통신과 방송 부문 규제를 총괄하는 기관 설립과 관련법 제정을 마쳤다. 특히 신고만으로 IPTV 시장에 들어올 수 있어 추가 면허나 규제가 전혀 없는 것이 특징이다.
규제완화와 시장확대는 사업자 간 경쟁 확대로 이어졌다. IPTV 업체는 2006년까지 약 10여개국 30여개 업체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30여개국에서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으며 서비스 업체만 해도 200여개를 훨씬 넘어설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만큼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것이다. 개도국 역시 IPTV 서비스에서 예외는 아니다. 현재 개도국 중 IPTV 서비스를 실시하거나 실시 직전에 있는 국가들만 해도 대만과 중국ㆍ인도ㆍ체코ㆍ러시아 등이 있다.
경쟁 심화는 곧 소비자에 대한 혜택 확대로 나타났다. 홍콩 PCCW는 2일 자체 IPTV 서비스인 ‘나우TV’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11일부터 고화질 방송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네덜란드의 소네콤도 7월 말 쌍방향 게임을 무료로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행하겠다고 선언했고 캐나다의 바벨검은 IPTV를 통해 인터넷 소셜네트워킹 서비스인 ‘마이스페이스’를 즐길 수 있게 하기도 했다.
이러한 해외 업체들의 행보를 바라보는 국내 업체들은 “한마디로 답답해 견딜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우리보다 IT 기반이 취약한 국가들도 IPTV를 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는데 우리만 한발짝도 못 나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계 최고의 기술과 통신망을 보유했으면서도 법이 없어 서비스를 못한다고 하면 해외에서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인다”며 “지금이라도 정부와 업계가 함께 법 제정에 매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