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 시절 외국인투자가 최대의 경제치적으로 꼽히곤 했다. 국내저축을 크게 웃도는 과잉투자에서 빚어진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외국자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도 했지만 외국인투자는 우리경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나타내는 가장 확실한 지표로 인식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실제 외환위기를 계기로 오랫동안 국제적인 투자 흐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우리나라는 단번에 외국인투자가들의 관심국으로 떠올랐다. 지난 1999년 한햇동안 우리나라에 유입된 외국인직접투자(FDI)규모는 155억5천만천만달러에 달해 과거 수십년동안 유입된 직접투자 모두를 합친 것 보다 많았다. 이런 추세는 이듬해에도 이어져 152억2천만달러의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다시 외국인직접투자의 사각지대로 밀려나고 있다. 외국인직접투자 유입액은 2002년 91억달러로 급감한데 이어 금년 상반기는 26억6천만달러에 그쳤다. 이처럼 외국인직접투자가 급감하고 있는 것은 세계경제의 침체로 다국적기업들의 투자 자체가 줄어든 데도 일부 기인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전체의 FDI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은 한국의 투자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북아비지니스 중심지라는 거창한 목표를 내걸고 경제특구를 비롯해 외국인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는데도 외국기업들이 갑자기 한국에 대한 투자를 꺼리게 된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여러가지 요인들이 있겠지만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노동불안으로 꼽힌다. 최근 한국경제와 관련한 외국언론의 보도는 대규모 파업사태와 노사갈등에 집중되고 있다. 현대차 파업이 한창일 때 `한국경제는 전투적 노조의 희생물`이라는 불룸버그의 보도가 있었는가 하면 파인낸셜 타임즈는 세계적 식품업체 네슬레가 한국에서 철수를 검토하는 것과 관련해 한국은 노동불안으로 말미암아 신규 외국인직접투자의 유치에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한국에서 활동중인 외국기업들의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국의 노동시장은 높은 임금상승과 호전적인 노조, 해고를 어렵게 하는 경직적인 노동법등으로 인해 30개 조사대상국가들 중 가장 경쟁력이 낮다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조사결과도 있다.
따지고 보면 외국기업들만 한국에 대한 투자를 기피하는 것도 아니다. 국내기업들도 투자에 인색하기는 마찬가지다. 자금면에서 투자여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대기업들도 선뜻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다. 오히려 중국을 비롯한 해외투자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 투자를 하려면 까다로운 규제의 벽을 넘어야 하는데다 고임금고지가와 노동불안을 극복하고 기대수익을 올리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전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중소제조업체들의 40%정도가 1-2년안에 생산시설을 해외로 옮기고 싶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나 제조업공동화가 먼 훗날의 일이 아님을 일깨워주고 있다.
전세계를 무대로 이뤄지는 외국인투자만큼 국가경제의 잠재력과 기업환경을 객관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도 없다. 특히 FDI는 자본분만 아니라 시장까지 함께 가져와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출에 기여함으로써 경제를 살찌운다. 세계에서 외국인투자를 가장 많이 끌어들이는 나라는 미국이다. 지난해에는 세계의 공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이 지난해 527억달러의 외국인직접투자를 유치해 미국을 앞질렀다는 보도가 있었다. 엄청난 흡수력으로 세계의 자본과 기업을 빨아들이고 있는 중국을 이웃에 둔 우리나라가 동북아비지니스 중심지가 되려면 중국보다 투자에 대한 기대수익율이 높아야 한다. 노사관계의 선진화를 통해 노동불안국가의 이미지부터 해소하는 것이 DFI빈국에서 벗어나는 일차적인 과제가 아닌가 싶다.
<논설위원(경영博) srpar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