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5월2일] 허드슨만 회사


1670년 5월2일, 영국 국왕 찰스 2세가 허드슨만회사(HBCㆍHudson's Bay Company) 설립에 대한 칙허장을 내렸다. 골자는 모피교역의 독점권 부여. 찰스 2세는 HBC를 외사촌 형인 루퍼트 왕자에게 맡기고 광대한 영토(루퍼트랜드)까지 하사했다. 영국은 왜 프랑스가 선점한 지역에 뛰어들었을까. 돈이 부족해서다. 런던 대화재 이후 도시 재건과 2차 영란전쟁으로 급증한 재정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무역이라는 돌파구가 필요했다. 마침 행운도 찾아왔다. 경험 많은 프랑스인 모피무역상들이 프랑스 정부로부터 ‘무허가 모피 거래’로 처벌당한 뒤 1668년 영국에 선을 댄 것이다. 모피무역 외에도 영국은 프랑스를 견제하고 동양 직항로인 북서항로를 찾기 위해 HBC를 차렸다. 설립자본금은 1만500파운드(요즘 가치 약 27억원). 비슷한 시기에 칙허장을 받은 ‘아프리카 회사’ 자본금의 10분의1 수준이었지만 HBC는 황금거위로 떠올랐다. 영국의 국운 상승으로 모피독점권이 강해진 게 주효했지만 그 바닥에는 철저한 이익중심 경영이 깔려 있다. 프랑스와의 전쟁으로 장사가 안 될 때 보험업종으로 전환해 위기를 넘겼던 HBC의 관리능력은 근대적 위험관리의 시초로도 꼽힌다. 유연한 경영 덕분에 HBC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주식회사로 여전히 성업 중이다. 20세기 이후부터는 백화점 체인과 신용카드ㆍ주택담보대출을 주력으로 삼고 자원개발과 식음료ㆍ출판사업 투자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캐나다 역사마저 HBC를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중서부 지역 대부분의 도시가 HBC의 모피거래소였다. 캐나다가 광활한 영토를 가질 수 있었던 것도 국토의 35%를 차지했던 루퍼트랜드를 HBC로부터 30만파운드라는 헐값에 사들인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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