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 이라크 공격/장기전땐 戰費 눈덩이] 美 재정적자 심화 세계경제 악재로

미국이 `패배한 승리자`가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엔(UN)의 승인을 받는데 실패한 대 이라크 전쟁 비용 대부분을 미국이 부담할 처지에 놓여 있고, 이로 인해 올 미 재정적자가 사상최대치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 되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미국의 재정이 파탄에 이르면 그 파장은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제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고 세계적 경기침체 장기화로 연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비부담으로 미 재정적자 사상최대=미 상무부는 지난 해 10월부터 올 2월까지의 재정적자가 1,939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0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올 10월까지의 연간 재정적자는 3,040억 달러로 지난 92년의 2,900억 달러를 넘어선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1,000억~2,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전비를 고려하면 미 재정적자는 천문학적 수치로 늘어나게 된다. 군사적으로 크게 약화된 이라크를 상대로 치르는 제2차 걸프전이 지난 걸프전보다 미 재정에 더 큰 부담이 되는 것은 이번 전쟁이 사실상 미국의 단독전쟁이기 때문이다. UN의 승인 하에 치러진 지난 걸프전에서와는 달리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등 미국의 동맹국에게 전비를 떠 넘길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이번 전쟁이 사담 후세인 정권의 해체를 목표로 하고 있는 점도 미국의 재정부담을 높이는 요인이다. 미국의 의도대로 이라크에 친미 정권을 세우기 위해서는 미군이 장기 주둔해야 하고, 대규모 전후 복구사업도 미국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이라크 석유로 전비충당?=동맹국에 기댈 수 없게 된 미국은 패전국인 이라크로부터 최대한 보상금을 받아낸다는 전략이다. 미국은 지난 20일 17억 4,000만 달러에 이르는 미국 내 이라크 자산을 압류시킨 데 이어, 각국 정부에 같은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구했다. 미국은 또 이라크산 석유 판매액의 일부를 전비로 충당하겠다는 방안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이 미국의 재정부담을 낮추는 데 얼마다 도움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궁지에 몰린 후세인이 이라크 유정을 파괴할 경우 이라크의 석유 생산 시설을 재가동시키는 데는 수 백억 달러의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이라크에 새로 들어서는 정부 및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강력하게 반대해 온 프랑스, 러시아 등이 미국의 방안에 동의할 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골 깊어지는 세계경제=전비지출로 재정이 악화되는 상황은 미국에만 국한 된 것은 아니다. 미국과 함께 이라크에 대규모 병력을 파견한 영국은 이라크 전쟁 비용으로 지금까지 17억5,000만 파운드를 책정해 놓고 있지만, 전비부담이 35억 파운드까지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 단일통화지역 가입을 위해 향후 3년간 110억 파운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재정적자를 해소해야 하는 영국으로서는 이 같은 전비지출이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미ㆍ영의 재정적자 확대는 가뜩이나 안 좋은 세계경제에 또 하나의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바닥난 재정을 메우기 위해 이들 국가들이 국채를 대규모로 발행할 경우 국채가격이 폭락하고, 이자율이 급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전쟁이 만들어내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환율시장이 급변하며 국제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전쟁이 세계적 장기 불황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타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김대환기자 d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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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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