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노조가 지난 11일 사측이 올해 임단협과 관련해 내놓은 일괄제시안에 반발하며 교섭중단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9월 중도실리를 표방하는 현 집행부가 출범하면서 연내 임단협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는 기대는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4일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에 따르면 노조는 사측이 11일 19차 임단협 교섭에서 올해 임금동결을 포함해 단협 18개 조항에 대한 일괄제시안을 내놓자 이에 즉각 반발하고 교섭중단 선언과 동시에 상급노조인 금속노조를 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냈다.
이날부터 노조는 울산공장 집행부 간부 60여명이 철야농성에 들어가고 15일부터는 대의원과 소위원(대의원 산하 단위 위원)을 중심으로 공장별 정문에서 출근 홍보전에 나서기로 하는 등 사측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16일에는 민주노총이 주관하는 1만 간부 상경투쟁에도 동참할 계획이다.
전 집행부에 비해 상대적인 중도실리 노선으로 평가 받던 현 집행부가 사측에 대립각을 세운 것은 사측의 일괄제시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측은 11일 노조 측에 ▦올해 임금동결 ▦성과급 300% ▦일시금 200만원 ▦18개 개정 요구안 중 주간연속 2교대 관련 3개 조항 분리를 전제로 한 10개 조항 합의 등을 일괄 제시했다.
노조는 "회사가 연내 타결에 대한 조합원의 기대심리를 이용해 알맹이 없는 결과물로 대충 넘어간다면 집행부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연내 타결에 집착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어 "향후 사측이 납득할 만한 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교섭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노조의 이 같은 강경입장은 15년 만에 합리노선의 집행부로 출범한 현대차노조가 당장 파업에 들어가기보다는 회사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노위에 조정신청을 마쳤지만 실제 합법적인 파업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야 하는데다 현장의 파업 동력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역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주가 현대차 노사협상의 고비가 될 것"이라며 "어려운 시기에 노사의 양보교섭이 꼭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