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에서 연 4%대 이자를 제공하는 정기예금 상품이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특판상품도 사라졌다. 은행권에서는 기준금리가 더 떨어지면 3%대 후반 금리의 정기예금도 찾아보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5일 한국은행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예금은행에서 신규 취급액을 기준으로 연 4% 이상의 금리를 제공하는 정기예금 비중은 0.4%였다. 불과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32.4%를 차지했던 금리 4%대 정기예금 비중은 4월 20.7%, 6월8.8% 등으로 급락한 뒤 10월 이후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반면 금리 3%대 정기예금의 비중은 4월 72.5에서 7월 85.9%로 커진 뒤 8월 이후 다소 줄어 10월에는 65.0%를 나타냈다. 금리 2%대 비중은 4월 6.5%에서 8월 14.0%, 10월 34.2%로 급증했다.
올 들어 최고금리를 자랑하던 KDB산업의 '다이렉트 Hi정기예금'이 2일 금리를 연 4.05%에서 3.80%로 내린 후에 시중은행의 4%대 정기예금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더구나 해마다 연말을 앞두고 각 은행에서 경쟁적으로 내놓던 고금리 특판상품도 사라졌다. 한 대형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의 금융자산은 늘어나는 추세지만 은행들이 수익을 내기 어려워 당분간 고금리 상품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며 "기준금리가 더 떨어지면 3%대 중후반 금리상품도 사리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기예금 금리가 3%대로 떨어지면서 은행권의 영업 및 마케팅 전략도 바뀌고 있다. 3%대 금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고객을 겨냥해 세제혜택을 담은 비과세 상품이나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위험중립형 상품 등을 영업전선 전면에 배치했다.
한 시중은행 개인영업 담당자는 "더 이상 수신을 확대하는 전략은 구사하지 않고 있다"며 "고금리로 수신을 유치하기보다 급여성 통장이나 연금수령 통장을 늘리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