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침체에 빠진 자동차시장에서 국산차 업체들이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올해 나올 신차도 거의 다 출시된 상황이라 연말까지는 업체별로 어느해보다 치열한 마케팅 전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9일 현대ㆍ기아차,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 5사에 따르면 올해 국내 업체가 내놓을 풀 체인지(완전 변경) 신차는 기아차의 K3를 빼놓고 모두 선보였다. 앞으로 나올 차량은 기존 모델의 외관이나 사양에 변화를 준 페이스 리프트(부분 변경)와 엔진이나 차량 형태를 변경한 파생 모델뿐이다.
올해가 3분의2나 남았지만 신차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 국내 업체들이 내세울 저마다의 생존전략에 이목이 집중되는 시점이다.
현대ㆍ기아차는 일단 최근 내놓은 신형 싼타페와 K9으로 판매 몰이에 나설 방침이다. 현대차 신형 싼타페는 출시 전부터 사전 예약이 1만8,000여대에 이를 정도로 관심이 집중됐고 기아차 K9은 국내에선 처음 적용되는 각종 첨단사양을 갖춰 수입차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ㆍ기아차의 한 관계자는 "상품성을 강화한 만큼 일정 폭의 가격 인상은 배제할 수 없었다"면서 "높아진 고객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서비스 마인드를 강화하는 등의 노력으로 만족도를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주요 거점의 영업사원에게 힐튼호텔 트레이닝센터 등과 연계한 교육을 실시해 고객 서비스 자세와 응대 요령을 강화하고 있다.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수입차의 공세에 맞선 '수입차 비교시승'도 이어간다.
아울러 현대차는 하반기에 아반떼의 파생 모델인 2도어(쿠페)와 쏘나타의 페이스 리프트 등을 선보일 예정이고 기아차는 포르테 후속인 신차 K3와 K7ㆍ쏘렌토의 부분 변경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올 들어 내수에서 유일하게 판매 증가를 보이고 있는 한국GM은 지금 추세를 이어가며 시장 점유율 두자릿수를 반드시 달성한다는 각오다. 한국GM은 지난해 쉐보레 브랜드 출범 이후 무려 8종의 신차를 내놓고 최근 고성능 스포츠카 콜벳까지 풀 라인업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해호 한국GM 홍보팀 차장은 "지난해 쉐보레 브랜드를 출범하고 브랜드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면 올해는 차종별 마케팅에 주력할 계획"이라며 "경차와 소형차 위주의 판매가 해소될 수 있도록 올란도ㆍ캡티바ㆍ말리부 등의 상품 경쟁력을 내세우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한국GM은 하반기 소형 아베오를 기반으로 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말리부의 디젤 모델 출시도 고려 중이다.
르노삼성은 최근 내놓은 스페셜 모델의 반응이 좋아 이 부분에 판매역량을 모으고 있다. 르노삼성은 지난달 판매에서 SM5 에코 임프레션과 SM3 보스 스페셜 에디션을 통해 SM5와 SM3가 바닥을 찍고 반등에 성공했다. 하반기에는 SM3와 SM3의 부분 변경 모델이 나오는 만큼 영업망을 늘리는 등 판매 증진에 주력할 계획이다.
쌍용차도 판매량이 늘고 있는 코란도에 마케팅을 강화한다. 코란도C와 더불어 올해 출시된 코란도스포츠는 시장의 호평을 얻으며 쌍용차 부활에 힘을 싣고 있다. 쌍용차는 외관은 물론 파워트레인까지 바꿔 부산 모터쇼에 공개하는 렉스턴 페이스 리프트에도 기대가 크다. 쌍용차의 한 관계자는 "전국의 지역본부나 영업소를 통해 시승기회를 확대하는 등 판촉활동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