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당정청 고위급 협의 채널 즉각 복원하라

당정 간 마찰과 갈등이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다. 당정이 적절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최근의 모습들은 정면충돌 양상이다. 급기야 여당은 민감한 주요 현안들을 차기 정부로 넘기라고 촉구하고 정부는 어림없다고 공개 반박을 하기에 이르렀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오늘 할 일을 미루면 그만큼 경제는 뒷걸음친다"며 주요 국정과제를 정치일정과 상관없이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특정 사안을 꼭 집어서 한 말은 아니지만 우리은행 민영화와 인천국제공항 지분매각 같은 것들을 다음 정부로 넘기라는 여당의 요구를 대놓고 거부한 셈이다. 경제정책을 책임지는 장관으로서 정책과제들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말이야 옳지만 정부 부처가 당의 요구를 이렇게 일축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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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세 전면무상보육 문제를 놓고도 당정 간에 불꽃이 튀기고 있다. 무상보육 재검토에 관한 김동연 기획재정부 제2차관의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새누리당은 즉각 불쾌감을 표시하고 나섰다. 진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국가재정포럼에서 "정부가 나서 말하기에는 부적절했다"며 김 차관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당정청은 지난해 10월 이후 고위급 협의 채널을 단 한번도 가동하지 않고 있다.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박근혜 비대위 체제로 돌입한 새누리당이 현 정권과 선 긋기에 들어가면서 고위급 협의가 중단된 것이다. 국무총리와 대통령실장, 여당 대표와 원내대표 등이 참석하는 고위 당정청 협의는 국정을 책임지는 여권의 핵심 정책 컨트롤타워다. 고위급 협의가 빈번히 열려도 마찰과 갈등이 빚어지는 게 당정청의 역학관계인데 벌써 10개월째 아예 중단돼 있으니 정책조율은커녕 교감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니 당정 간 정책혼선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최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문제도 이런 기류에서 벌어진 것이다.

18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민생ㆍ경제 활성화 법안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고 새해 예산안도 조만간 협의해야 할 시기다. 정권의 임기가 앞으로도 6개월이나 남아 있다. 당정이 대립각을 세우면서 감정을 드러내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당정은 하루 빨리 협의 채널을 복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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