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우인터내셔널 "두번째 실패는 없다"

쪼개고… 줄이고… 눈물위에 서다[재기 경영학]대우인터내셔널 IMF 위환위기 이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기업들이 잇따라 '화려한 부활'을 알리고 있다. 지난 98년 이후 워크아웃에 들어간 106개 기업 가운데 22개 업체는 시장에서 쓸쓸히 사라졌지만 절반에 가까운 52개 업체는 회생에 성공했거나 부실을 거의 해소,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재기에 성공한 기업들의 공통점은 무엇보다도 알짜사업 매각, 인력감축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첫 손에 꼽힌다. 여기에 과거의 낡은 경영관행을 벗어던지고 투명경영 등으로 시장의 신뢰를 다시 얻은 것이 결정적으로 힘을 보탰다. 특히 이 과정에서 ▲ 최고경영자의 리더십 ▲ 노사화합 ▲ 선택과 집중 전략을 적절히 구사한 기업들이 고통의 긴 터널을 무사히 빠져나왔다. 재기에 성공한 기업들의 성공 요인을 분석, 시리즈로 싣는다. 채권단선 4,606억 출자전환하며 지원 해외법인 22개 감축 직원도 절반감원 외환위기로 기업들의 도산사태가 봇물을 이루던 99년 8월26일. 한낮의 햇살은 아직 뜨거웠지만 성큼 다가선 가을이 손에 잡힐 듯하던 이날, 전국은 거대한 배의 침몰이 빚어내는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재계서열 2위 대우그룹의 모기업인 ㈜대우가 대우중공업 등 12개 계열사와 함께 끝내 채권단에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이다. 이때부터 대우는 총체적인 국가부실의 진원지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채권단의 혹독한 실사와 함께 경영권 행사가 전면 중단되는 수모를 겪는다. 이듬해 봄부터 ㈜대우는 회사분할 방안 확정과 함께 채권단과 기업개선 약정(MOU)을 체결하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이해 12월 대우는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한 채 채권단과 3사 분할에 합의, 건설 부문과 잔존법인은 남겨두고 무역 부문만 따로 떼내 대우인터내셔널으로 새 출발했다. 말이 새 출발이지 회사는 물론 전 직원들의 생사가 걸린 중대한 실험이 진행되는 순간이었다. 곧이어 천문학적 규모의 현지차입으로 부실을 자초한 해외조직을 포함한 전 조직과 인력에 대한 대대적인 슬림화 작업이 뒤따랐다. 2000년 말 78개에 달하던 해외법인이 2001년 말에는 56개로 감소했다. 본사와 해외인력을 포함한 전체 직원수도 이 기간 동안 1,500여명에서 834명으로 줄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돈이 될 만한 것은 모두 내다팔았다. 주식 등 유가증권 1,821억원, 부동산 338억원 등 지난해 1년 동안 2,206억원 상당의 회사자산이 매각됐다. 올해도 대우인터내셔널은 가지고 있던 교보생명 주식(440만주)과 부동산 등을 매각해 총 3,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 말 464%에 달했던 부채비율을 올 연말까지 200% 이하로 낮출 계획이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대우인터내셔널은 올초 워크아웃 자율추진 기업으로 전환됐다. 드디어 회생의 날개를 마음껏 펼 최소한의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이 회사의 회생에는 무엇보다 채권단의 자금지원이 큰 역할을 한 게 사실이다. 지난해 말까지 채권단은 두차례에 걸쳐 총 4,606억원의 부채를 출자로 전환했다. 그 바탕에 임직원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노조 역할을 대신하는 노사협의회는 지난 2년7개월 동안 채권단이나 회사측과 한번도 불협화음을 낸 적이 없다. 99년 말 취임한 이태용(57) 사장도 철저한 수익성 위주의 경영과 국내외 거래선을 직접 발로 찾아 뛰어다니는 현장경영으로 회사 정상화를 주도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6조3,000억원대로 떨어졌지만 영업이익은 당초 목표(783억원)를 훨씬 상회하는 1,034억원에 달했다. 덩치는 줄었지만 기업체질은 훨씬 튼실해졌다는 얘기다. 대우는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의 매출에 1,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려 워크아웃 개시 이래 처음으로 흑자(당기순익 205억원)를 실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금 대우인터내셔널의 경영화두는 단연 워크아웃 졸업이다. 최근 미국 현지법인인 DWA가 우리의 워크아웃 규정에 해당하는 챕터11을 졸업한 것도 이 같은 의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사장은 "대우가 기존에 쌓아놓은 해외의 명성과 폭 넓은 정보망, 우수한 인적자원은 여전히 살아 있다"며 "당초 2003년 말로 예정됐던 워크아웃 일정을 앞당겨 올 상반기에 완전히 졸업할 방침"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나락으로 떨어진 지 채 3년이 못된 2002년 4월, 대우인터내셔널 사람들에게 올 봄 남산을 훑고 내려오는 바람은 어느 해보다 부드럽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처절했던 그해 늦여름을 웃으며 얘기한다. 강동호기자 [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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