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막오른 I2(Internet of 2) 시대] <상> IT패권전쟁 선포한 중국

풍부한 실탄·끝없는 혁신·생태계 구축 통해 美 공룡에 도전

지역·문화적 장벽 사라져 글로벌 IT구도 지각변동

M&A 등 경쟁력 못키우면 시장포화 … 성장 멈출수도


"이베이가 바다의 상어라면 타오바오(알리바바의 C2C 사이트)는 양쯔강의 악어입니다. 바다에서 싸우면 악어가 지겠지만 강에서 싸우면 우리가 이깁니다." 잭 마 알리바바 회장은 이렇게 말하고 타오바오를 중국 시장에 최적화해 이베이를 눌렀다.

알리바바에 미국 증시 상장은 악어가 바다로 나가는 것과 같은 큰 모험이다. 이 때문에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의 미국 입성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꿈꿔왔던 중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의 본격적인 진군을 알리는 선전포고로 받아들여진다.


데이비드 차오 DCM 캐피털 파트너는 "알리바바의 상장은 새로운 세계 질서의 지각변동을 의미한다"며 "지금까지는 알리바바가 중국 시장에 초점을 맞췄지만 막대한 군자금을 마련하고 글로벌 시장을 공격할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고 확신했다. 세계로 양한 진격은 알리바바뿐만이 아니다. 텐센트·바이두 등 다른 인터넷 기업과 화웨이·샤오미·레노버 등 하드웨어 제조사들 역시 세계 IT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나가고 있다.

김성옥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국 IT 기업의 혁신과 추격은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며 "막강한 자본력과 생태계 구축, 끝없는 혁신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해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알리바바의 상장으로 세계 6대 인터넷 기업은 구글과 페이스북, 알리바바 그리고 텐센트, 아마존, 바이두가 됐다. 미국의 디지털 자이언트들과 중국의 IT 거인이 팽팽히 맞서는 모양새다. 둘 사이의 완충 역할을 하던 태평양과 동서양이라는 물리적·문화적 장벽이 허물어지는 것도 시간문제가 됐다.

◇만리장성 안에서 몸집 키운 중국 IT 기업=미국은 실리콘밸리라는 혁신과 자본의 토대 위에서 구글, 페이스북, 애플·테슬라 같은 글로벌 IT 기업이 탄생하고 성장했다. 반면 중국은 거대한 내수시장과 자본이 더해져 급성장을 이끌었다.

실제 지난 15년 동안 알리바바와 텐센트·바이두는 중국에서 400조원에 육박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이면에는 중국이 IT 산업이 고속 성장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 작용했다.


중국은 인터넷 보급률이 8년 만에 10%대에서 50%대로 뛰면서 인터넷 인구가 미국 인구의 두 배가 넘는 6억명을 넘었다. 내년에는 8억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 스마트폰 이용자도 급증하면서 5억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관련기사



이는 중국 IT 기업의 폭풍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알리바바그룹은 중국 소비자 간 거래(C2C) 시장의 95%,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의 52%를 차지하면서 지난해 총 2,480억달러를 거래했다. 아마존의 2배, 이베이의 세 배 수준이다. 물류량은 연간 50억개로 미국 택배업체 UPS의 43억개보다 많다.

중국 검색시장의 80%를 점하고 있는 바이두도 2008년부터 2013년까지 11배 가까이 성장했고 6억5,000만명이 사용하는 QQ메신저의 텐센트도 매출이 같은 기간 9배 넘게 늘었다. 바이두는 인터넷 경쟁력을 기반으로 하드웨어 스마트 생태계를, 텐센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 기반의 인터넷 생태계와 자체 결제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진검승부를 위한 칼을 갈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이제는 중국 IT 기업들이 자국 시장에서 벗어나 대규모 자본조달과 혁신을 위한 공격적 기업 인수, 그리고 지속적 성장을 위한 생태계 구축 등을 통해 디지털 자이언트들과 진검승부에 나서야 할 때가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자이언트 VS IT 거인, 패권 경쟁 가열=알리바바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업체다. 방문자 순위도 열 손가락 안에 든다. 그러나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나라에서는 낯설다. 트래픽의 90% 이상이 중국이고 미국은 1%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은 바이두·샤오미 등 대부분의 중국 IT 기업들이 넘어서야 할 장벽이다. 중국이 성장잠재력은 높지만 시장이 포화되는 순간 회사도 성장을 멈추게 된다. 중국이 아닌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알리바바의 미국 증시 상장에는 대규모 자금조달과 함께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들기기 위해 세상에 이름을 널리 알린다는 포석도 깔렸다. 일부 전문가들은 알리바바의 상장을 '제1차 인터넷 세계대전'에 비유한다. 사업모델이 유사한 디지털 자이언트와 중국 IT 거인 간에 목숨을 건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알리바바의 사업모델은 아마존과 이베이, 바이두는 구글, 텐센트는 페이스북과 유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서다.

사실 IT 패권은 그간 미국이 주도해왔다. 유럽은 미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진 상태다. 노키아의 몰락과 유럽 검색시장의 구글 장악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 IT 기업이 어느새 미국과 패권을 견줄 정도로 성장한 것이다.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승자가 누가 될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한 예로 알리바바는 중국 내 중소 사업자들끼리 필요한 부품을 무료로 연결해줬다. 이 전략이 통하면서 고객을 단숨에 빨아들였고 이베이와 아마존은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이 전략이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국내 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IT 기업의 경우 수치가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미국 다음으로 막대한 자금을 쏟고 있다"며 "중국의 부상이 어디까지 될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IT 시장이 미국과 중국의 새로운 패권 경쟁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