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판교 신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김모씨.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 문을 여는 순간 손잡이에 내장된 센서가 혈압과 체온을 체크한다. 소변을 볼 때는 변기가 당뇨 수치를 확인한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모바일 기기를 통해 이 모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달 받은 주치의가 원격화상 진료를 권유한다.
이처럼 첨단 과학기술을 주택에 접목, 자동화·지능화된 주거환경을 구현하는 이른바 '스마트홈' 시스템이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최근 마켓리포트를 통해 미래가 촉망되는 퍼플오션의 하나로 이 같은 스마트홈을 지목하며 중소기업들의 각별한 관심을 당부했다.
스마트홈의 기술적 개념은 기본적으로 집안의 사물을 네트워크로 묶는 홈네트워킹과 동일하다. 홈네트워킹이 난방·보안·조명 등의 제어에 집중했다면 스마트홈은 제어 대상을 가전기기까지 넓혔다는 점이 핵심이다.
수년 전부터 관련 시장이 상승 일로를 걷고 있는데 시장조사기관 테크나비오에 따르면 가전기기를 제외한 전세계 스마트홈 기기 시장이 지난 2013년 185억달러에서 연평균 37.5%의 고도성장을 구가해 오는 2017년 661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글로벌 건설경기가 회복될 경우 관련 시장은 더욱 큰 폭의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영욱 KISTI 기술사업화분석실 연구원은 "스마트홈의 구현을 위한 유무선 네트워크 기술 대부분은 이미 완성돼 있다"며 "그동안 기업 참여의 심리적 걸림돌로 작용했던 소비자 관심도 상승하고 있어 관련 업계의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삼성전자·LG전자 등 대기업들은 이미 TV·냉장고·에어컨·로봇청소기 등의 가전제품에 와이파이 또는 근거리무선통신(NFC) 칩을 내장해 스마트폰과 연동시키는 기술을 선보이는 등 발 빠른 대처를 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QR코드를 활용해 와이파이 설정, 기기 등록, 사용자 등록 등의 과정을 시스템이 원스톱으로 처리해주는 스마트홈 기술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KISTI는 스마트홈 시장에서 국내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대기업 및 정부와 공조해 표준화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금까지 국내 스마트홈 시장은 건설사가 냉난방 중심의 제품을, 소비자들은 방송·통신과 연계된 제품을 별도로 선택·구입하는 구조였지만 시장이 성숙할수록 단순한 부가 서비스 제공이 아닌 플랫폼 산업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박 연구원은 "현재 주요 선진국들은 시장을 선점해나가는 동시에 자국 특성에 맞는 표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국가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스마트홈 표준을 마련해 시장 활성화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덕=구본혁 기자 nbgko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