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광복 70주년, 아베 담화 넘어 미래 70년을 보라

혹시나 했던 기대와 염원이 없지는 않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4일 발표한 전후 70주년 담화 얘기다. 그는 국제사회가 주목한 이날 담화에서 핵심인 '사죄'에 대해서는 과거형을 사용했고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해서는 일본의 행동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과거 일본 정부의 담화 수준에서 후퇴한 것이며 평소 그가 보여준 퇴행적 인식의 되풀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되돌아보면 우리 사회가 과거사에 대한 일본 측의 진정한 반성에만 지나치게 매달려온 측면도 부인하기 어렵다. 아베 총리는 철저히 일본 우익의 논리를 대변해온 정치인이다. 그는 국제무대에서 이미 여러 차례 퇴행적이고 수정주의적인 역사인식을 보여왔다. 고노 담화, 무라야마 담화 등을 수정하겠다고 주장한 것은 2012년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설 때부터였다. 올해에도 4월 반둥회의 연설이나 미 의회 연설 등에서 "침략의 정의는 정해져 있지 않다"거나 "(군대) 위안부를 강제 모집한 증거가 없다"는 식의 우익사관에 입각한 발언을 했고 주변국의 반발을 무릅쓰고 일본인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강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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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 말하면 아베 총리는 애초부터 과거사에 대한 사죄와 반성이라는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을 수정하기로 작정하고 이를 행동으로 옮겨왔다는 것이다. 아베 담화 이전의 관련 발언들이나 안보법안 처리 강행 등 정치적 이벤트를 통해 그는 식민지배와 침략·사죄·반성 등 4대 키워드를 담은 전후 50년 무라야마 담화와 이를 되풀이한 전후 60년 고이즈미 담화에서 후퇴할 구실과 명분을 축적해온 셈이다.

가뜩이나 꽉 막힌 한일 관계가 이번 담화로 더욱 경직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 정부도 정부 각의를 거친 공식 담화에서까지 퇴행적 역사인식을 보여온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명분이 사라진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양국 관계를 이대로 방치할 수만은 없는 것이 한국 외교가 처한 딜레마다. 특히 남북 대치의 안보나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냉각상태의 한일 관계는 국익 측면에서도 결코 바람직한 현상일 수 없다.

15일은 광복 70주년이다.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배로부터 벗어난 광복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기회도 중요하지만 이제 한일 관계의 미래도 중요한 담론으로 떠올려야 할 시점이다. 아베 담화가 이 모든 상황을 얽어매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 과거 70년을 넘어 미래 70년을 위해서도 우리는 더 이상 역사에 얽매인 채 일희일비할 수 없다. 그것은 양국 모두를 '과거사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들 뿐이다. 식민지배 과정의 만행을 또렷이 기억하고 비판하는 도덕적 우위를 바탕으로 한 외교와 함께 실질적 관계개선과 협력 방안을 마련해가는 이원적 접근이 양국의 미래 세대를 위해서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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