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첫주택구입자금대출(이하 생애첫대출)에 대한 논란이 점차 확산되면서 이번 문제의 원인을 철저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있다.
금리부터 대출대상, 시행상 실수에 이르기까지 정부와 은행의 미숙함 때문에 서민들의 내집마련 꿈을 부풀려 놓고 이를 다시 터뜨린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 지원대상의 '모호함'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생애첫대출의 주요 문제점 중 하나로 '당초부터 지원대상이 명확하지 않았다'는 점이 제기되고 있다.
생애첫대출은 무주택 서민들이 집을 장만할 수 있도록 돕는 대출인데 서민과 중산층을 가르는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생애첫대출이 처음 재개된 지난해 11월7일 대출 자격은 무주택자이면서 배우자중 한 명이 연소득 5천만원 이하면 대출이 가능했다.
쉽게 말해 배우자 중 한명의 연소득이 수억원 이상이라도 나머지 한명의 소득이5천만원 미만이면 대출이 가능한 '아무나 대출'이었다.
1월31일엔 주택가격이 3억원을 초과하거나 부부 합산소득이 5천만원을 넘는 경우, 35세미만의 단독세대 등은 대출 대상에서 제외됐다.
2월6일엔 기존주택담보 대출 상환용 대출이 빠졌고 2월22일엔 부부합산 연소득3천만원 이상인 사람들이 제외됐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출범 당시 생애첫대출 지원대상을 모호하게 잡았다가 중산층의 투기자금으로 이용되는 등 편법 이용이 많아지자 계속해서 지원대상을 축소했던 것이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거듭된 생애첫대출 자격강화에서도 보였듯 내집마련을도와야할 서민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또 이들만 대출을 받게 하기 위해 어떤 장벽을설치해야 하는 지에 대해 정부의 대처가 미숙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 금리 수요예측 '실패'
시장에서 형성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금리와의 연관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수요예측에도 실패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1월초 생애첫대출이 재개되면서 적용된 금리는 연 5.2%.
당시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금리 상품이 주로 5%중반에서 6% 초반에 집중됐던 점을 감안하면 연 5.2%는 '눈먼 돈'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장기간 고정금리라는 점에서 시중은행의 변동금리 상품에 비해 안정성이 높은데다 금리마저 0.5%포인트 가까운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 같은 파격적인 조건은 허술한 대출자격 요건까지 맞물리면서 시중의 주택담보대출 자금 수요를 일거에 모을 수 있게 했다.
생애첫대출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의 대출신청이 몰리고 비슷한 고정금리형 상품이지만 금리가 연 6.80%로 설정된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모기지론)은 판매량이 격감했다.
정부가 생애첫대출 금리를 연 5.7%로 0.5%포인트 올린 후에는 인상폭이 과하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금융권의 관행으로는 0.5%포인트 금리 인상은 거의 '폭탄' 수준으로 받아들여지는 데다 최근 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 경쟁을 벌리면서 최저금리가 연 4%후반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즉, 자칫하면 서민들의 내집마련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생애첫대출이 더많은 이자를 요구하는 대출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생애첫대출 초기에는 금리를 과하게 할인해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더니 이번엔 너무 금리를 높여 서민지원이라는 취지가 무색해졌다"며"시장의 금리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해 나타난 전형적인 냉.온탕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 은행 창구의 '미숙함'
엄밀한 의미에서 변동금리 상품인 생애첫대출이 은행 창구에서 고정금리로 처리된 것은 은행 본부와 지점간의 정보 전달력 부족에 따른 고질적인 병폐 때문이었다.
생애첫대출이 변동금리 상품 여부가 논란이 된 24일 오전 중 국민은행.우리은행.농협 등 생애첫대출 취급은행의 본사 주택기금 담당 부서 관계자들은 '생애첫대출은 변동금리 상품'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 시각까지도 일부 지점 창구에선 생애첫대출을 고정금리 상품으로 알고 있었다.
정부 시책에 따라 부정기적으로 움직이는 정책금리 상품을 상당수 은행 창구 직원들은 고정금리 상품으로 오해했다.
결국 본부 부서가 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일선 지점에 명확하게 전달하지 못해일선지점이 소비자들에게 고정금리 상품으로 판 셈이다.
본부 부서와 일선 지점간 정보 전달 문제는 그동안 투신.보험 상품 판매에서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지점 직원들이 상품에 대한 정보를 숙지하지 못해 소비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회피하거나 이를 통해 보이지 않게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안기는 사례가 많다는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변동금리 상품을 고정금리로 오해해 판매했다면 추후 금리 인상으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은행이 도의적인 차원에서 책임을 지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당국과 은행이 합작해 서민들의 내집마련 꿈을 부풀려놓고나서 그 풍선을 다시 터뜨려버린 셈"이라며 "서민들이 느끼는 박탈감을 도대체 어떻게 해결할지 답답하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