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카지노바 등 매출 42조

5대 합법 종목 매출의 4배

최근 수년 간 꾸준히 증가한 불법 도박의 매출 규모가 합법적인 5대 갬블 산업의 규모를 넘어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바다이야기 류의 성인오락은 화면 속에 바퀴가 돌아가면서 그림이 맞으면 고배당의 상금이 터지는 매우 단순한 구조다. 이 같은 릴게임을 해보지 않은 사람으로서는 이처럼 단순한 게임에 중독된다는 사실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도박 전문가들은 “게임 진행의 단순성만 봐서는 안 되며 사람을 끌어 들이는 이면의 구조를 봐야 한다”고 충고한다. 관련 규정과 맞물려 우연하게 그렇게 됐을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발을 끊을 수 없게끔 하는 정교한 ‘설계’가 돼 있다는 것이다. 우선 예시 기능을 들 수 있다. 화면이 어두워지며 고래나 상어가 나타났다 사라지면 곧 고배당이 터진다는 뜻인데, 이는 돈을 모조리 잃고도 본전을 찾기 위해 다시 덤비는 도박 중독자들의 보편적 심리를 자극하는 강한 자극제다. 자동 게임 기능도 그렇다. 버튼 위에 라이터 하나만 올려 놓아도 자동으로 게임이 돌아가는 기능은 플레이어가 화장실에 갈 때도 게임을 할 수 있게 한다. 바다이야기 류의 게임은 ‘오랜 시간 배불리 먹은’ 기계에서 고배당이 나온다고 알려졌기 때문에, 자동 게임 기능은 이와 맞물려 플레이어를 잠시도 쉬지 않고 게임에 매달리게 만든다. 또한 승점 2만 원이 넘으면 경품용 상품권이 강제 배출되는 기능도 플레이어로 하여금 곧바로 이를 환전해 기계에 투입하게 만드는 기능을 한다. 릴게임의 승률은 102~103%로 알려져 있다. 언뜻 보면 플레이어게 오히려 유리한 구조 같지만 상품권을 환전하는 수수료가 10%다. 강제 배출 기능은 더 많은 상품권이 소모되도록 기능해 상품권 업자의 배를 더 부르게 하는 작용도 한다. 한때 새로운 게임기를 만들기 위해 릴게임 소프트웨어 개발을 시도했던 한 사업가는 “바다이야기 류의 릴게임은 기존의 게임기와는 수익 모델이 다른데, 이는 경품용 상품권이 합법적으로 도입되면서 가능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한국 단도박 모임 사무국장의 얘기처럼, 도박에 중독된 사람은 자신이 즐기던 종목을 못 하게 되면 곧바로 다른 종목에 손을 대기 쉽다. 바다이야기 등에 대한 단속이 시작된 이후, 불법 카지노바와 성인 PC방 업자들이 릴게임 중독자들을 흡수하기 위해 물밑에서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한 상태다. 특히 불법 카지노 바들은 서울 강남 일대서 다시금 고개를 드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레저산업연구소 등의 자료에 따르면 2005년 이른바 5대 갬블산업(경마ㆍ 경륜ㆍ 로또ㆍ 카지노ㆍ 경정)의 매출 규모는 약 10조 5천 억 원으로 2004년에 비해 1조 2,000억 원 정도가 줄었다. 이에 비해 불법 카지노 바와 성인오락실 매출은 각각 18조와 24조로 추정되고 있다(손봉숙 의원 주최 토론회 자료). 합법적인 갬블산업 전체의 매출액을 불법 한 종목이 크게 앞서고 있을 만큼 도박이 만연해 있다는 뜻이다. 한국마사회의 경우 불법 사행성 게임이 이슈가 될 때마다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곤 하지만 성인오락실, 스크린 경마 등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난 2003년 이후 매출액이 대폭 줄었다. 마사회는 최근 보도자료에서 “사행성 불법 게임과 도매금으로 취급돼 속앓이를 하고 있다”며 “공영 갬블사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불법 게임을 육성하는 풍선효과를 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마 또한 배팅 위주가 아닌, 관람 스포츠로서의 면모를 확실히 갖추기 전에는 여론의 비난을 면치 못하리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