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7일 한나라당 내 소득세ㆍ법인세 인하 등 감세철회 논란에 대해 "중소기업과 중산층을 위한 감세는 많이 됐다"면서 "낮은 세율, 넓은 세원이라는 기조를 유지하면서 당에서 논의해 조속히 결론을 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와 정례 조찬회동을 갖고 "지금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것은 감세에서 꼬리에 해당되는 상위 부분에 대한 감세논의"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감세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청와대의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도 한나라당이 당론을 결정할 경우 이를 토대로 감세에 대한 당정 간 조율을 거쳐 감세철회 논란을 조속히 매듭지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시 말해 최근 한나라당에서 주장하는 '소득세 감세철회'에 대해 청와대는 반대하지만 당론으로 정해지면 수용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 대통령의 감세에 대한 발언은 이번이 처음으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다음달 9일 종료되는 정기국회 회기 내 관련세법 개정안 처리를 당과 국회에 주문, 감세논란을 연내에 매듭짓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아울러 친(親)서민 기조에 맞춰 중산층과 중소기업에 대한 감세가 이뤄진 만큼 나머지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소득세 과세표준 8,800만원 이상에 적용하는 감세는 '낮은 세율 넓은 세원'이라는 원론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당이 결정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에 대해 안 대표도 "감세 문제는 당에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고 있으며 정책의총에서 결론을 내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조속한 당론결정 의지를 밝혔다. 안 대표는 앞서 지난 16일 "이번 정기국회에서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당이 중심이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회동에서 청년실업 대책을 건의한 안 대표에게 "글로벌 인재양성을 위해 내년 청년들의 대규모 해외파견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으며 "국회가 예산안 처리 법정기일을 준수해 내년 국정운영을 차질 없이 잘 진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안 대표 취임 이후 두 번째이자 지난 9월7일 회동 이후 2개월여 만에 이뤄진 이날 조찬회동은 청와대 관계자와 당직자들이 배석한 가운데 1시간15분간 진행됐으며 이후 15분간 이 대통령과 안 대표의 독대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