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인사이트] 5년전 아이슬란드·아일랜드와 판박이

금융산업으로 흥했다 금융위기로 곤두박질


키프로스 사태는 5년 전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금융위기의 판박이다. 양국은 은행 부문을 집중 육성해 고속 경제 성장을 이끌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일거에 무너졌다.

2008년 아이슬란드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은행자산비율은 800%에 달했다. 현재의 키프로스(750%)와 비슷한 수치였다. 당시 아이슬란드는 높은 금리로 전세계 자금을 끌어들여 해외 위험 자산에 집중 투자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거품이 빠지며 추락했다. 아일랜드 역시 당시 은행자산비율이 750%에 달했다. 역시 고금리로 자금을 유치했고 국내 부동산 거품이 빠지며 몰락했다.


5년이 지난 지금, 양국의 경제 상황은 이전보다는 크게 개선됐다. 2010년 9.3%에 달했던 아이슬란드의 실업률은 2월 현재 5.5%까지 떨어졌으며 2009년 -8.5%였던 경제성장률(명목ㆍ계절조정 후)은 지난해 1.4%로 반등에 성공했다. 3대 은행의 파산을 유도하고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 경쟁력을 확보한 덕이었다. 자본 유출입도 통제해 핫머니 유입을 막았다.

관련기사



아일랜드 또한 2008년 -3.5%였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0%를 기록하는 등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다만 아일랜드는 아이슬란드와 달리 총 300억유로를 투입해 은행을 구제했고 혹독한 긴축을 단행했다.

이에 대해 로이터는 "키프로스가 양국 사례 중 어떤 회생방안을 택할지는 미지수지만 험로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양국 모두 개혁에 따른 진통이 있었고 완전한 회복까지는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아이슬란드는 화폐 가치 하락으로 수입 물가가 상승해 고통을 겪고 있고 아일랜드도 실업률이 여전히 14%대로 유로존 평균(약 11%)을 뛰어넘는다.

이와 관련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5년 만에 제2의 아이슬란드, 아일랜드가 나왔다는 것"이라며 "은행업에 너무 치중한 경제는 위기에 취약하다는 교훈을 정책 입안자들이 무시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금융산업을 집중적으로 키워 단기간에 성장하는 경제모델은 앞으로 지양해야 한다는 경고다.


이태규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