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나 아이스크림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공간과 여유를 파는 겁니다.” 인천 부평역 카페루미(www.caferumi.co.kr)는 1층도, 2층도 아닌 건물의 7층에 자리 잡고 있다. 7층에 있는 카페가 장사가 되겠나 하는 의문을 가지고 들어선 카페루미 매장은 평일 낮 시간인데도 젊은 여성 고객들로 붐볐다. 카페루미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없다. 대신 카페 실내를 예쁜 디자인의 벽과 커튼을 이용해 만든 34개의 반 폐쇄형 온돌방으로 꾸몄다. 여기에 각각의 방에는 쿠션과 TV, 책 등을 비치했다. 1인당 6,000원을 내면 3시간 동안 커피, 음료수, 아이스크림, 벨기에 와플 등을 무제한으로 즐기며 내 방에서처럼 편안하게 머물 수 있다. 친구들끼리 수다를 떨둔, 책을 보든, 노트북으로 웹서핑을 하든 3시간 동안은 카페루미의 공간이 고객의 소유다. 카페루미를 운영하는 ㈜웰쿡의 왕혁균 사장은 “혼자 놀기 좋아하고 모여도 끼리끼리만 모이는 코쿤족(cocoonㆍ나홀로 족)의 니즈를 카페에 반영한 것이 적중했다”며 “소비 트렌드의 흐름에 맞춰 인기를 끌고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카페루미의 콘셉트를 개발한 왕 사장은 카페 경영에 대해서는 누구 못지않은 경험을 쌓은 베테랑이다. ‘공주풍 카페’가 콘셉트인 카페루미도 17년간 10여 개의 카페를 운영한 왕 사장의 노하우가 만들어낸 새로운 카페의 모델이다. 올 3월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하면서 왕 사장은 7개 가맹점을 동시에 오픈했다. 새로운 콘셉트에 도전하겠다는 예비창업인들과 함께 시작한 카페루미는 창업 5개월 만에 각 가맹점들이 월 평균 1,000만원의 순익을 올릴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서울의 변두리 달동네에서 어렵게 성장한 왕 사장은 어릴 적 ‘공짜’나 ‘덤’이 그렇게 좋았다고 한다. 왕 사장의 사업 아이템은 바로 공짜를 무한 리필이라는 콘셉트로 변형한 것이다. 왕 사장은 “어릴 때 공짜로 먹을 것을 얻거나 하나 더 덤으로 주면 너무 좋았다”며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고객도 좋아하겠지라는 생각에 무한리필을 아이템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왕 사장은 1989년 어렵게 모은 종자돈과 친척들에게 빌린 돈 2,000만원을 들여 작은 카페를 차렸다. 커피를 무제한으로 리필해 주는 카페였다. 당시 리필이란 개념조차 생소했던 만큼 무한 리필 판매방식은 고객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1년 반 만에 투자금의 3배를 회수한 왕 사장은 서울 관철동 번화가에 규모가 좀 더 큰 카페를 열고 무한 리필 전략에 서비스라는 양념을 더했다. “3가지 종류의 커피를 무한 리필해 주면서 직원들에게 호텔 수준의 서비스 교육을 실시했다”며 “직원이 손님 자리에 갈 때는 반드시 ‘실례하겠습니다’와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반복해서 쓰도록 했다”고 왕 사장은 말했다. 돈을 벌면서 왕 사장은 다른 사업에 빠지기도 했다. 2005년 운영하던 카페를 정리해 낙지와 오징어 전문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2년 만에 손해만 보고 손을 털고 나왔다. 왕 사장은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는 말처럼 나한테는 카페가 체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고 했다. 다시 카페 사업을 시작하기로 맘 먹은 왕 사장은 새로운 트렌드를 찾기 위해 국내는 물론 일본의 창업박람회까지 찾아 다녔다. “일본의 카페들이 반 폐쇄형의 룸 형태로 변하는 것을 보고 아차 싶었다”며 “우리나라 역시 코쿤족이 증가하면서 폐쇄적인 공간이 호응을 얻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왕 사장은 말했다. 왕 사장은 카페루미를 창업하며 무턱대고 일본의 코쿤문화를 받아 들이지는 않았다. 일본의 코쿤문화가 ‘혼자 놀기’로 표현된다면 카페루미는 손님과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공간인 사랑방 문화를 접목했다. 카페루미의 특징 중 하나는 주방이 없다는 점. 요리를 직접 만들어 내놓는 대신 인근 음식점들과 제휴해 손님들이 치킨이나 중국요리, 김밥 등을 주문해 배달시켜 먹을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주방이 필요 없기 때문에 매장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주방장 등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다. 또 판매시점관리(POS) 시스템과 CCTV 등을 이용해 점포를 관리하기 때문에 점주는 개인시간을 충분히 활용하면서 점포를 편안하게 운영할 수 있다. 왕 사장은 소비자들의 호응이 확인된 만큼 앞으로의 과제는 아직까지 생소한 테마 세미 룸 형태의 카페라는 콘셉트를 알려 가맹점을 늘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정 규모가 갖춰져야 프랜차이즈로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왕 사장은 가맹점 지원을 위해 다양한 마케팅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지난 7월 열었던 ‘루미 예쁜발 선발대회’다. 신발을 벗고 들어와야 하는 카페루미의 콘셉트를 알리는 동시에 1825세대들에게 재미있는 추억거리를 만들어줘 신촌 등 대학가 주변 매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프랜차이즈로서 카페루미의 장점은 테마룸 카페 형태이기 때문에 점포비가 비싼 1층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지하나 3층 이상 점포와도 잘 어울리는 콘셉트인 만큼 임대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웰쿡측은 현재 각 가맹점들은 198㎡(60평)을 기준으로 할 때 월 평균 3,000만원의 매출에 평균 1200만원의 순익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마진율이 40%에 달한다. 카페루미의 창업비용은 198㎡(60평) 기준 점포비를 제외하고 1억3,000만원 수준이다.